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기호 1번’ 사수와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현역 의원의 잇따른 출마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의원들의 광역단체장 출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 자칫 지방선거 전에 1당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기호 1번' 뺏길라… 여당, 현역의원 출마 자제령
◆이개호 의원에게 ‘출마 재고’ 정식 요청

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인 이춘석 사무총장은 4일 “이개호 의원에게 전남지사 출마를 재고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 의원은 광주·전남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이기 때문에 직접 출마하면 지방선거와 광주·전남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지휘할 사령탑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호 1번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5월30일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반기 국회의장 등 원 구성 협상에 나서는 현실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의원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후보가 있는 지역에는 현역 의원의 출마 자제를 적극 권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말고 광주·전남 선거를 총괄 지휘해 달라는 권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여론조사 1위인 후보가 중앙당의 요청에 의해 불출마한다면 도민들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과 이유가 필요하다고 사무총장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선거 120일 전 사퇴 규정에 따라 현재 맡고 있는 최고위원직과 전남도당위원장직을 예정대로 오는 13일 이전 사퇴할 예정”이라며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현역 의원 출마 4명 이내로 묶어라’ 비상

여권에서는 현역 의원 출마를 최대 4명 이내로 줄여야 1당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21석(정세균 국회의장 제외), 자유한국당은 117석으로 4석 차이에 불과하다. 반면 현역이 출마 의사를 밝힌 곳은 서울·경기·인천·대전·충남·충북·전남 등 7곳에 달한다. 이날 전현희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서울은 후보자가 6명에 달하고 이 중 4명이 현역 의원이다. 7개 광역단체 가운데 4곳의 후보가 현역 의원으로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이 1당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경남의 김경수, 대구의 김부겸 의원 전략공천도 난관에 부딪힌다. 7개 광역단체장 중 현역 출마 지역을 두 곳 이내로 묶어야 1당을 유지하면서 ‘영남권 전략공천’ 카드를 쓸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무소속인 이정현 의원과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의 한국당 합류까지 염두에 두고 1당 고수 전략을 짜고 있다. 한국당 현역 의원끼리 맞붙은 경북지사 후보 확정자의 사퇴와 2심까지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천안갑 박찬우 의원의 대법원 형 확정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국당 의석은 115석. 여기에 다시 2석을 더하면 한국당은 지방선거까지 117석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기호 1번을 지키기 위해선 출마 현역 의원을 3명으로 묶어야 한다. 국회법에서는 제1, 2당의 의석수가 같은 경우 비례대표 득표율이 많은 정당을 1당으로 정하고 있다. 4명 이상의 현역이 출마해 의석수가 같아지면 지난 총선에서 한국당보다 비례대표 득표율이 낮은 민주당이 기호 2번으로 밀릴 뿐 아니라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은 국회의원이 다른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경선에서 10% 감점한다’는 당규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역 의원 출마를 최대한 자제시키겠다는 의도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