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일 당론으로 채택한 헌법 개정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법이 지나치게 세세한 것을 규정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통령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권력구조 개편의 핵심인데 이에 대한 논의 없이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행 헌법은 기본권 조항도 다른 나라에 비해 잘 정비돼 있는 편”이라며 개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토지공개념은 개헌 없이도 하위 법률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며 “헌법에 모든 것을 다 집어넣으려면 조항이 1000개라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조정이 없는 권력구조 개편은 무의미하다”며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이 분산되기만 한다면 세 번, 네 번을 해도 상관없지만 단순히 5년 단임을 4년 중임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민주화 조항과 관련해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현행 헌법으로 충분하다”며 “국가가 경제를 규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헌법에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도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은 최대한 추상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좋다”며 “민주당 안은 너무 자세한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일임금 동일노동 등과 같은 내용은 하위 법령에 충분히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6년 12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사 조사에서 33.3%의 의원만 대통령 중임제를 찬성했고 35.9%는 분권형제를 찬성한 바 있다”며 “지금 와서 대통령제 유지로 당론을 정하면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오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뜻을 밝히자 민주당이 좇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강화와 공무원 노동 3권 강화 등에 대해선 “경제 조항은 이념과 계층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문제”라며 “여야가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민주당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박종필/배정철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