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피 (bloody nose)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갑자기 낙마한 배경이 코피 전략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이번 일로 차 석좌는 반대했지만 미 정부는 북핵 시설을 공격하는 코피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입증돼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코피 전략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차 석좌의 주한 미대사 지명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차 석좌는 WP에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차 석좌는 기고문에서 “한반도 내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단지 늦출 뿐 위협을 막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도 31일 미 군사전문지인 디펜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코피 전략은 매운 큰 도박으로 나는 그 도박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 대북 공격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허튼 생각과 허세가 수백만명의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코피 전략을 포함한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1일 “미국은 지금도 6개의 전쟁을 진행 중이며 전쟁을 결코 두려워하는 나라가 아니다”며 “대북 정책의 ‘매파’로 알려진 빅터 차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했다면 그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차 석좌의 낙마 배경이 코피 전략이라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추측일 뿐이며 검증 과정에서 다른 이유가 불거져 차 석좌의 내정이 철회됐다는 해석도 있다.

코피 전략은 상대의 특정한 부분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외과식 타격을 말한다. 북한과 관련해선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규모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권 영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북한이 미군의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 징후가보일 때 먼저 공격하는 것이며 예방전쟁은 적의 공격 조짐에 관계없이 적의 미래 공격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차 석좌의 낙마 사실이 한국 측과 협의 이전에 언론에 보도되고 평창 올림픽 이전에 주한대사가 부임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은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인사문제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