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북측 선수들과 공동 훈련을 하는 우리 측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31일 강원 양양공항에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마식령스키장에서 북측 선수들과 공동 훈련을 하는 우리 측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이 31일 강원 양양공항에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 스키 선수들이 31일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시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10명은 1일 우리 측 대표단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방한한다.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은 당초 북한이 오는 4일 예정된 금강산 남북 합동공연을 지난 29일 밤 일방적으로 돌연 취소한 데다 마식령스키장에 갈 일행을 태울 전세기와 관련해 미국과의 조율이 늦어져 최종 일정이 출발 당일 아침에야 결정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측 방북 대표단은 총 45명이다.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 24명과 코치 등 선수단 31명, 정부 관계자, 지원인력, 취재진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단은 31일 오전 10시43분 강원 양양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타고 출발했다. 전세기는 1시간12분 남짓 비행한 뒤 오전 11시55분 갈마비행장에 착륙했고 방북단은 낮 12시11분께 비행기에서 내려 북한 땅을 밟았다.

이후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약 40분간 이동, 마식령스키장에 도착했다. 마식령호텔 2층 식당에서 19가지의 한식 코스요리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간 자율 스키를 하며 코스를 답사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선수들은 스키복에 번호판을 달고 훈련했다. 우리 측에선 태극기를, 북측에선 김일성·김정일 초상 휘장을 훈련용 스키복에 달지 않기로 합의했다.

북측 선수 중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표도 있었다. 남북 선수들끼리 서로 대화하거나 어울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남북 선수들은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북측에선 우리 측 대표단에게 스키복과 모자, 고글, 장갑 등을 한 세트씩 나눠줬다. 또 원하는 경우 스키 부츠와 장비 등을 쓸 수 있도록 제공했다.

우리 측 박제윤 선수는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스키장이었고 선수로서는 굉장히 훈련하기 좋은 스키장”이라고 말했다. 또 “설질이 괜찮고 지형 변화가 많고 슬로프의 각이 클수록 좋은데, 이 스키장이 그런 측면에서 좋은 조건을 갖춘 스키장”이라고 했다.

1일엔 오전 9시30분 북측 선수들과 알파인스키 친선 경기 및 크로스컨트리 스키 공동훈련을 한다. 오후 1시 마식령스키장에서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하고 오후 4시 갈마비행장에서 이륙, 오후 5시15분께 양양공항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피겨스케이팅 페어팀인 염대옥·김주식과 알파인 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 3명, 쇼트트랙 2명 등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10명을 포함한 북측 인원 32명도 이 비행기를 타고 방한한다.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은 지난 25일 먼저 방한해 훈련 중이다.

우리 대표단을 태운 전세기는 방북할 때 동해 항로로 운항했다. 군사분계선(MDL)을 우회해 ‘좌우가 뒤집힌 ㄷ자’ 형태로 동해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항로다. 한국 국적 항공기가 이 항로를 이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간 하늘길이 다시 열린 건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당시 김포공항과 평양 순안공항 간 서해 직항로를 이용한 후 2년3개월 만이다.

군용 비행장이던 갈마비행장에 우리 국적기가 착륙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금강산과 명사십리 등 동해안 관광지역을 원산갈마 관광지구로 개발하면서 갈마비행장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갈마비행장을 이용한 우리 측 대표단의 방북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