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능력 있는 공무원을 빨리 승진시키는 ‘승진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르면 내년 도입한다. 7, 9급 중 업무성과가 뛰어난 공무원의 승진을 촉진해 행정고시(5급) 출신이 고위공무원단(3급 이상)을 독점하는 구조를 깨겠다는 취지다.

인사처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공직사회 인사혁신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공개경쟁 승진제도를 도입해 직무역량이 우수한 공무원은 연차에 상관없이 승진할 기회를 터주기로 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9급 출신이 5급까지 승진하는 데만 평균 25년 걸리던 것을 1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실·국장의 70%가량을 행시 출신이 차지하는 지금의 공직사회 구조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있는 7, 9급 공무원, 실·국장 초고속 승진
현재 승진체계에서 9급 일반직 국가 공무원으로 시작해 3급 이상 고위공직자까지 올라간 사례는 매우 드물다.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최단 기간은 이론상 9년이지만 실제로는 평균 25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연공서열식 승진 체계가 관행화된 탓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50대에 늦깎이 5급이 되고 나면 30~40대인 행시 출신 5급들과 국·실장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9급의 5급 승진 기간이 10년 안팎까지 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7급·9급 공무원 시험이 행시 못지않은 인기를 끌면서 상당한 역량을 갖춘 예비 취업자들이 응시하고 있다”며 “속진 임용제가 정착되면 국·실장 선임 때 7·9급 출신이 5급 출신과 나란히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처는 직위공모 방식을 전 부처에 걸쳐 시행하고, 공개경쟁승진은 상징적 의미로 10∼20명 정도만 우선 선발할 계획이다. 정확한 규모와 절차는 의견수렴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관가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선 “‘관피아’로 대변되는 행시 중심의 고위공직자 사회를 뒤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역량에 맞춰 뽑도록 직급별 시험제도를 만들어놓고 공무원이 되고 나니 같이 경쟁하라는 것은 공정성 훼손”이라는 반발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처는 공무원 직렬·직류 제도를 손보는 방안도 내놨다. 우선 산업환경과 맞지 않는 직렬·직류는 없애거나 통합하기로 했다. 미래산업형 직류는 발굴해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있는 잠업(蠶業·누에를 치는 일) 직류는 산업환경이 바뀌면서 10년간 채용인원이 없다. 반면 전산 부문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소수 직류로 남아 있는 부처가 적지 않다.

인사처는 올해 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 공청회 등을 거친 뒤 2020년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부처별 수요조사를 하고, 시행할 때도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