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화재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벌이는 ‘네 탓 공방’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벌어진 직후 각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 정부는 정치보복을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그렇게 말한다면 이 직전의 이곳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번 봐야겠다”고 맞받아쳤다. 직전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해 4월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사퇴했고 현재 한경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홍 대표는 다음날인 27일 밀양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내가 4년4개월 경남지사를 할 땐 11월부터 2월까지 언제나 소방특별점검을 했고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정부가 아마추어여서 예방 행정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화재 예방에 꼭 필요한 경남지사를 뽑지도 못하게 (대선 출마 시점을 조정해 재·보궐선거를 못하도록) 꼼수 사퇴한 게 누군가”라며 “참사 앞에서 그런 소리나 하고 있을 때인가”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한국당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고 “사건만 터지면 정권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하던 못된 버릇이야말로 정치공세”라며 “엄청난 대참사 앞에서 누구 한 명 책임지지 않고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양당의 공방이 이어지자 바른정당은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여당과 제1야당의 저급한 네 탓 공방이 부끄럽다”며 “막장 수준의 무의미하고 지저분한 책임 떠넘기기”라고 맹비판했다. 유승민 대표는 지난 26일에 이어 이날도 밀양 현장을 찾아 기자들과 만나 “누구 책임이라고 하기보다는 여야를 넘어서 법이든 시스템이든 뜯어고쳐야 한다”며 “(화재 참사가) 정치적 싸움의 대상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