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경필 "1 대 1 구도면 승산… 당 바꿨을 뿐 보수 정체성 버린적 없다"
“경기지사 선거는 여당과 야당 후보가 1 대 1 구도라면 승산 있습니다. 누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올라오든 결승에서 해볼만 합니다.”

남경필 경기지사(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도지사 재선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지정책을 두고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충돌은 보편적 복지와 ‘엄마 복지’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장이 여론조사상 앞서지만 인지도 차이일 뿐 선거는 다르다”고 했다.

남 지사는 지난해 1월 바른정당 창당의 중심에 있다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철새’ 정치인이란 비판을 받았다. “보수진영을 이탈해 진보진영으로 옮긴 것은 아닌 만큼 철새 비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남 지사는 “바른정당이 보수가 아닌 다른 정당과 통합한다기에 그 길에서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철새라고 부르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서는 “신당이 어떤 정체성을 띨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보수진영을 기반으로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합류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경기지사 선거 판세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민주당에서 전해철 의원, 이 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등이 경기지사감으로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든 강력한 후보이고 버거운 상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야당도 단일 후보가 나와 여당과 1 대 1 구도로 겨워야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입니다.”

▷경기도 내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 시장과 오랫동안 충돌했습니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나눠주는 이 시장 방식은 신중해야 합니다. 저는 ‘엄마 복지’를 내세웁니다. 10명의 자식이 있다고 하면 살찐 아이에게는 저칼로리 식단을, 체력이 약한 아이에겐 보양식을 식사로 내놓습니다. 식당에 가면 똑같은 밥을 주지만, 집밥은 가족 개인 건강에 따라 다른 식단으로 나옵니다. 경기도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일하는 청년 시리즈’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 무차별 지급)과는 완전히 다른 정책입니다.”

▷지사 취임 후 4년간 다른 정당의 도의원들과 ‘연정’을 해왔습니다. 중앙정부에서도 가능할까요.

“문재인 정부가 야당과의 연정 의지를 먼저 밝혔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겁니다. 단기적인 지지율만 믿고 국정을 운영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죠. 가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전체의 78%였고 촛불집회를 찬성한 여론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당의 국회 의석 점유율은 41% 수준입니다. 탄핵의 동력만큼 의석 수가 따라오지 못하는 거죠. 만약 이 차이를 연정으로 극복했으면 어땠을까요.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늦어지겠지만 지금보다 진통이 훨씬 덜 했을 겁니다. 배우자와 자식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데 야당에 무턱대고 따라와 달라고 바라는 것은 무리죠. 권력자가 ‘권력’을 버리는 게 연정의 시작입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서 ‘인물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정당은 제대로 인재를 길러내지 않고 경쟁력 있는 사람과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 지도자에게 대드는 사람은 다 죽여놨습니다. 지금의 인물난은 그에 따른 업보입니다. 원래 사람 장사는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공천(公薦)이 ‘사천(私薦)’으로 흘러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미세먼지 책임론으로 공방을 벌였습니다. 논란의 해법은 무엇인가요.

“박원순과 남경필이 미세먼지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벌이는 다툼을 국민은 지켜봤습니다. 이래서 ‘초광역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제가 제시한 대안이 바로 ‘서울광역도’입니다.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하나로 묶는 광역도를 만드는 겁니다. 광역단체장 수는 지금보다 대폭 줄여 전국에 6명이면 충분합니다. 사실 주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행정은 구·시·군 기초자치단체가 합니다. 기초단체장에게 권한을 대폭 이양하면 될 일입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