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철수 "암호화폐 막고 블록체인만 살리자는 말은 기술·경제 모르는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는 22일 최근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상화폐거래소 폐쇄와 관련, “거래를 무리하게 막으려는 발상은 기술뿐 아니라 경제도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암호화폐거래소를 양성화하고 관리해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당대표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300만 명을 넘었고 6조원 이상이 매일 거래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가 출신인 안 대표는 정치권 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전문가로 꼽힌다.

안 대표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는 다르다”며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것부터 거슬린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는 전자적 지급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나 게임머니도 포함하지만 암호화폐는 분산 컴퓨팅에 암호학을 결합해 발행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어를 제대로 정의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당원을 모집하고 투표하는 데 쓰려고 했다”며 “방법을 찾아 보니 오픈 소스라서 국내에도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르느라 실행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국민의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안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TF 구성을 제안했고, 김관영 사무총장이 중심이 돼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TF를 중심으로 관련 입법과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지난해 19대 대선 때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후보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 3차 산업혁명을 지원했다”며 “지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념이 없는 것은 관심이 없는 것보다 더 나쁘다”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8개월 동안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서 집권 2년차 국정은 혼돈 그 자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등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은 직접 최저임금 홍보에 나섰다가 문전박대를 당했고,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총리는 ‘여자 아이스하키팀 메달권 밖’ 발언으로 국민에게 상처만 줬다”며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국가 정책의 최고 책임자들이 온통 정권 홍보만 하다가 벌어진 참사”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당내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한 안 대표는 통합 반대파에 대한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 등 통합 반대파는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당대표로서 원칙과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당헌당규가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는 “통합을 반대하고 당대표에 대한 비난은 할 수 있다”며 “다만 당에 소속된 채로 별도로 창당을 준비하는 것은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