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2일 “3년 전부터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있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당원을 모집하고 투표하는 데 쓰려고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커버스토리로 블록체인을 다룬 것이 벌써 3년 전”이라며 “블록체인 이슈는 최근에야 발생한 게 아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세계는 움직이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르느라 실제로 블록체인 도입을 하진 못했다”며 “그때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정당정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당원 투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암호화폐 문제와 관련해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300만 명을 넘었고 6조원 이상이 매일 거래되고 있다. 이를 무리하게 막는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도 모르는 것”이라며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소를 양성화하고 관리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없게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블록체인만 살리자는 주장은 기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2차 산업혁명을 지원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고속인터넷망을 전국에 깔아 3차 산업혁명을 지원했다”며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정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건설 등을 위해선 5G(5세대 이동통신)와 블록체인 등 인프라망 구축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고 안 대표는 설명했다.

안 대표는 국내 최초의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제작자로 알려져 있다. 1983년 처음 컴퓨터를 구입, 독학을 시작해 1988년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돌자 처음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군의관으로 복무한 뒤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했다.

안철수 연구소는 일반인에게는 컴퓨터 백신을 무료로 보급하고 기업이나 관공서에는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경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안 대표는 회상했다. 안 대표는 “당시 소원이 ‘단 한 달만이라도 월급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이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후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와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등을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한 뒤 2013년 19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자신이 공동대표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일문일답.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두고 논란이 있다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가상화폐라고 하는 게 거슬린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와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는 다르다. 가상화폐는 전자적 지불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항공사 마일리지나 게임 머니도 포함된다. 반면 암호화폐는 분산컴퓨팅에 암호학을 결합해 발행된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공개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용어를 제대로 정의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 정확하게 암호화폐라고 부르고 모든 정책적 논의를 해야 한다. 정부에 꼭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다.”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아 3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해선 안 된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가 300만 명이 넘었고 6조원 이상이 매일 거래되고 있다. 이를 무리하게 막으려는 발상 자체가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도 모르는 것이다. 둘째, 오히려 암호화폐 거래소를 양성화하고 관리해서 선의의 피해자가 없게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국내 거래소를 막아도 P2P 거래(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또 외국에서 거래가 다 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분리해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사고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블록체인만 살리자는 주장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 대처 방안에 문제점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너무 오래 방치해서 여기까지 왔다. 그때 규제를 했으면 꽤 건전하게 해서 잘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정책적인 한계가 있다. 실명제를 도입 등 예고만 했던 규제를 빨리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은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작전하듯이 갑자기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언제 무슨 조치를 할지 계획이라도 먼저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충격이 덜하다.”

▶‘김치 프리미엄’해소 방안은?

“지금의 ‘김치프리미엄’은 정부가 무리하게 국내 거래소를 막으면서 부작용이 커졌다. 전 세계가 연결된 상황에선 차익 거래 기회는 많지 않고, 가격 차이는 금방 없어진다. 그것이 시장원리다. 어느 정도 규제를 풀어서 외국과 거래를 가능하게 하고 지금의 김치프리미엄이 최소화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인당 외환거래 한도를 정해주는 식으로 거래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게 더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다. ”

▶암호화폐 거래소를 키우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나

“우리나라가 전 세계 금융중심지가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 암호화폐 거래액이 하루 6조원이 넘지만, 기존 금융시스템 전체로 보면 조그마한 조각에 불과하다. 금융의 영역으로 포함하기엔 시기상조다. 암호화폐는 콘텐츠 유통부터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암호화폐 투기 과열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를 꾸준히 읽는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과학, 기술의 트렌드 등을 모두 다룬다. 이코노미스트가 커버스토리로 블록체인을 다룬 것이 3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기술지에만 나오던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커버스토리가 됐다는 것은 하나의 트렌드로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국이 지금 시끄러워진 것은 많이 늦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이 정치와도 관련 있나

“2016년 2월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여러 고민 중 하나가 블록체인 활용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당원을 모집하고 투표하는 데 쓰려고 했다. 방법을 찾아보니 오픈소스라서 국내에도 전문가들이 있었다. 당내 투표에 도입하려고 검토했으나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치르느라 실행하지 못했다. 그때 시범적으로 도입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블록체인 이슈는 2018년, 2017년 이슈가 아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세계는 움직이고 있다. 향후 정당정치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빅데이터가 정말 중요하다. 미국 생명공학기업‘23앤드미(23andMe)’는 개인 유전정보 검사 서비스 회사다. 고객이 주문하면 집으로 키트를 배달한다. 고객은 키트에 자신의 침을 모아 23앤드미로 보내면 6~8주 뒤에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는다. 가족력에 의해 어떤 암에 걸릴 위험에 있는지 등을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고객 한 명에게 받는 비용보다 원가가 훨씬 비싸다. 한 사람을 검사할 때마다 손해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 회사가 그런 사업을 하는 이유는 빅데이터 때문이다. 사람들의 수많은 유전자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이것 자체가 엄청난 경쟁력이 된다. 신약 개발이나 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독점적인 데이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회사가 가진 빅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이다. 기술은 그걸 도와주는 걸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로 접근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도와 도로 등이었고, 정보화 시대에는 초고속 인터넷망 같은 것들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2차 산업혁명을 지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아 3차 산업혁명을 지원했다. 지금 정부는 인프라 구축에 관한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개념이 없는 것은 관심이 없는 것보다 더 나쁘다. 정부는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앞에서 끌고 가는 산업화시대는 지났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제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들이 의사결정권을 갖고 아직도 옛날 방식으로 접근해서 지금 사달이 났다고 본다.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가기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뒤에서 밀어주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정 운영이 바뀌어야 한다.”

<용어 설명>

◈ 블록체인 (blockchain) : ‘분산화된 거래장부’방식이 도입된 거래 시스템을 의미한다. 시스템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공개된 장부에는 새로운 기록이 추가되는데,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한 보안 기술로 고안됐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거래기록이 맞는지 확인해 거래를 승인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채굴자’라고 한다.

◈ 암호화폐 (Cryptocurrency) : ‘암호학(cryptography)’과 ‘통화(currency)’에서 유래된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공개된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이 이뤄진다. 비트코인이 1세대 암호화폐, 이더리움이 2세대 암호화폐로 분류된다. 2017년 11월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종류는 1274로 알려져 있다.

◈ 비트코인 (Bitcoin) :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나카모토 사토시(개인인지 집단인지 알려지지 않음)가 2009년 처음 개발했다. 비트코인은 개인과 개인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분산화된 거래장부’방식을 도입했다. 시스템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공개된 장부에는 새로운 기록이 추가된다.

◈ 김치프리미엄 : 국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말한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