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난 19일 한경 본사에서 ‘2018 글로벌 원조사업의 성과와 미래 진단’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선만 한국무역정보통신 부장, 정우용 KOICA 사업개발이사, 도영아 KOICA 에티오피아 사무소장, 윤용진 도화엔지니어링 본부장, 오성수 KOICA 라오스 사무소장, 손성일 KOICA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난 19일 한경 본사에서 ‘2018 글로벌 원조사업의 성과와 미래 진단’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선만 한국무역정보통신 부장, 정우용 KOICA 사업개발이사, 도영아 KOICA 에티오피아 사무소장, 윤용진 도화엔지니어링 본부장, 오성수 KOICA 라오스 사무소장, 손성일 KOICA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한국 기업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 한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해외 정보나 판매망 부족을 이유로 해외 진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공적개발원조(ODA) 시장이다. 한국의 무상 원조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세계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벌이는 사업에서 해외 진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사와 KOICA는 ODA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 19일 서울 중림동 본사 영상회의실에서 ‘2018 글로벌 참여 원조사업의 성과와 미래 진단’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KOICA의 정우용 사업개발이사, 도영아 에티오피아, 오성수 라오스, 손성일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이 참석했다. 기업 측에선 윤용진 도화엔지니어링 본부장, 김선만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부장이 참석했다. 정인설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차장이 사회를 봤다.

▷사회=기업이 어떻게 KOICA의 무상원조 시장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나요.

▷정우용 이사=KOICA는 개도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해당 국가의 원조사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원조 발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의 데벡스(DEVEX)사와 협정을 맺어 발주 정보를 기업에 무료로 주고 있습니다.

▷윤용진 본부장=기업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다자개발은행(MDB)이 발주하는 사업에 진출하려면 해당국에 대한 실적이나 경력 등이 필요합니다. 해당국을 모르는 기업 입장에서는 KOICA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공무원 및 발주기관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습니다.

▷사회=우리 기업이 해외 무상 원조시장 진출로 시작해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까.

▷김선만 부장=KOICA는 KTNET과 함께 키르기스스탄에 선거 투표 및 개표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과거 부정선거로 정권 교체 등 혼란을 겪었는데 시스템 도입으로 선거 마감 후 2시간 내 97% 이상 개표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함께 사업에 참여한 미루시스템즈는 기술력과 장비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이라크, 러시아, 엘살바도르와 선거시스템 구축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도영아 소장=에티오피아에서는 LG와 KOICA 공동으로 수행한 ‘희망직업훈련학교’가 현지에서 인기가 있습니다. 2년 연속 아디스아바바 소재 우수 등급 직업학교로 선정될 정도로 재학생들의 국가 자격증 시험 합격률이 매우 높습니다.

▷오성수 소장=라오스에서는 KOICA와 KOTRA, 한국전력이 협력해 라오스 전력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했습니다. KOICA에서 라오스 전력청에 파견한 자문단이 사업 발굴 및 기획을 하고, 한전에서는 유휴 변전장비를 무상 기증, 설치 및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손성일 소장=우즈베키스탄에선 건축설계 업체인 희림건축과 유진엔지니어링이 KOICA와 함께 300만달러 규모의 국제공항 신여객터미널 마스터플랜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들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4억3000만달러 규모의 본 공사에 우선 순위 계약 당사자가 됐습니다.

▷사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김 부장=해외 진출 사업 규모가 수천만달러 이상이면 재정 지원에 고민이 됩니다. 이럴 때 KOICA 자금이 먼저 시드머니(종잣돈)로 일부분 들어가고 기업도 같이 투자하는 식으로 국제 자금 공여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 본부장=국내 기업이 개도국에 더 많이 진출하려면 KOICA의 해외 사업 수를 늘려야 합니다. 개도국에서 사업은 100원을 투자해 1만원을 벌 수 있는 시장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조자금은 원조가 아니라 시드머니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회=무상 원조를 통해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정 이사=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상업화할 노하우가 부족해 해외 진출을 못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KOICA 원조자금의 도움을 받아 개도국에 진출하면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개도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멀리 봐야 합니다. 한 번에 치고 빠지는 시장이 아닙니다. 기업은 해당국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공부를 해야 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도 소장=기업이 현지에 왔을 때 ODA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사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국가에 대한 사전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1차 사업 후에 2, 3차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정리=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