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공연장소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강릉아트센터에서 마이크 등 음향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점검단은 분장실, 의상실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통일부 제공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공연장소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강릉아트센터에서 마이크 등 음향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점검단은 분장실, 의상실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통일부 제공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이 21일 오전 1박2일 일정으로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한했다. 지난 19~20일 하루 새 입장 번복 소동을 벌인 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방한한 북측 인사기 때문에 현 단장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고 있다. 경의선 육로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열렸다.

◆현송월, 시종일관 ‘여유로운 침묵’

북한 점검단, 1박2일 일정 박차… 현송월, 강릉아트센터 2시간30분 둘러봐
현 단장 일행은 이날 오전 8시57분 차량을 이용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9시2분께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이후 서울역에서 10시50분 출발하는 강릉행 고속열차(KTX) 8호차에 탔다. 이 열차는 북측 일행을 위해 특별 편성됐으며 일반 승객도 탑승했다. 다만 현 단장 일행이 탄 열차 칸은 경찰 및 국가정보원 인력이 동원돼 철저히 격리됐다.

현 단장은 짙은 남색의 롱코트와 치마 정장을 입었고 모피 목도리를 둘렀으며 앵클부츠를 신었다. 그는 방한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내 옅은 미소만 지은 채 침묵을 지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방한 연기와 관련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현 단장 일행은 낮 12시45분께 KTX 강릉역에 도착해 대기 중이던 45인승 버스 2대를 타고 오찬 장소인 강릉 강문동 씨마크호텔로 향했다. 이후 숙소인 강문동 골든튤립 스카이베이경포호텔에 체크인하고 오후 3시30분께 교동 명륜고 내에 있는 황영조기념체육관을 방문했다. 이곳은 1500석 규모지만 1998년 지어져 음향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비교적 낡은 편이다. 현 단장 일행은 약 10분 만에 황영조기념체육관을 떠나 3시50분께 강릉아트센터에 도착해 2시간30분 가량 둘러봤다. 지난해 12월 준공된 강릉아트센터는 평창올림픽 기간에 공연을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막식 및 리셉션 장소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트센터 내 대공연장(사임당홀)은 총 998석이며 150여 명이 출연할 수 있는 무대 시설을 갖췄다.

북측 사전점검단은 강릉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22일 서울로 이동해 공연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고척스카이돔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장 일행은 2시간30분간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오후 6시15분께 나와 10분 후 숙소에 도착했다. 이날 경찰과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과잉경호 논란도 일었다. 이들은 기자들의 취재를 막으며 뒤에서 목덜미를 잡아당기거나 강제로 끌어내기도 했다.

◆남측 선발대 23일 금강산행

남북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상호 파견하기로 한 선발대의 명단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주고받았다.

북측은 21일 “윤용복 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선발대를 25일 2박3일 일정으로 남측에 파견하겠다”고 통지했다. 이들은 경의선 육로로 이동, 평창 일대를 방문해 개폐회식장, 경기장, 프레스센터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서울에 들러 태권도 시범단 공연 장소도 물색할 가능성이 있다.

북측 선발대 단장을 맡은 윤 부국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북측 선발대 단장으로 방한했다. 또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북한 참가를 위한 실무접촉, 2004년 아테네올림픽 개폐회식을 위한 실무접촉 대표로 나서는 등 남북 체육 교류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측은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12명이 23일부터 2박3일간 동해선 육로로 방북해 금강산 지역과 마식령스키장을 둘러보겠다고 19일 북측에 전했다. 우리 측의 방북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금강산에서 열기로 한 남북 합동문화행사와 강원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 훈련을 앞두고 시설 점검을 하기 위함이다. 이 국장 등은 항공편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산 갈마비행장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북측은 통지문을 보내 우리 측이 제시한 선발대 파견을 수용한다고 밝혔고, 우리 정부도 북측 선발대의 방남 일정에 동의했다.

공동취재단/강릉=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