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사무실을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전날 ‘정치보복’ 성명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지시했다.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전·현정권 간 갈등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문 대통령이) 아픈 데를 찔리긴 한 것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참모들은 이날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 모여 추가 대책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분노니 모욕이니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아픈 데를 찔리긴 한 것 같다”며 “정치보복이라는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일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돼 명품 구입 등에 쓰였다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홍근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완전히 허위”라며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노무현 파일’까지 언급하며 추가 카드가 있음을 내비쳤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며 “이명박 정부도 5년간 집권했는데 우리라고 아는 것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관련 자료를 실제로 공개하기보다는 ‘타협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분노’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할 때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에서 열린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정치보복이 극에 달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특수활동비와 권양숙 여사의 640만달러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