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17일 구속 수감 중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소환 조사했다. 청와대 재직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이날 새벽에 구속된 이후 첫 검찰 조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낸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지검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은 김 전 기획관, 김 전 지검장 등이 수사 대상”이라며 “수사 과정에 어떤 로드맵도 없다”고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기획관은 ‘MB 집사’로 불리며 이 전 대통령 재산과 집안 대소사를 오랜 기간 챙긴 인물이다. 검찰은 또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2008년 김 전 기획관에게 특수사업비를 건넨 뒤 이 전 대통령과 독대해 보고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동차부품 업체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임원 김모씨(김성우 전 다스 사장)와 권모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과거 BBK 특검이나 검찰에서 다스 설립 및 운영 과정에 관해 거짓 진술을 했고 향후 사실을 진술하겠다는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검찰 수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다스 비자금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라도 (이 전 대통령은) 실체적 진실을 고백하고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하며 방어에 나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전북 전주에서 열린 호남권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논의해서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해도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익환 바른정당 부대변인은 “검찰의 명운을 걸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김주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