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왼쪽)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16일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 복당을 전격 선언했다. 박 의원은 바른정당의 대표적 강성 ‘자강파’로 분류됐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유승민 대표로서는 막판에 허를 찔린 셈이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도 이달 말 신당 추진위를 출범시키기로 하는 등 양당의 통합 논의가 ‘마이너스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준 주민 여러분과 당선을 위해 헌신한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이 탈당의 핵심 이유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연합뉴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연합뉴스
바른정당은 충격에 빠졌다. 앞서 탈당설이 돌던 이학재 의원이 지난 11일 잔류를 결정해 한숨을 돌린 상황에서 박 의원이 돌연 탈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의석도 9석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은 바른정당 최고위원으로서 당 지도부의 일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귀 행렬에도 동참하지 않은 ‘자강파’였다. 간간이 탈당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당내에서 가능성을 낮게 판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초등 1·2학년,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금지 정책의 문제점’ 긴급 간담회도 바른정당 정책위원회와 공동 주최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박 의원의 탈당 소식에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들과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의 연쇄 탈당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 추진 동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은 창당 초 33석이었다가 지난해 5월 1차 탈당(13명)과 11월 2차 탈당(9명)으로 의석수가 급격히 줄었고 지난주엔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탈당했다.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분이 갈수록 격화되는 것도 바른정당에는 부담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한국 정치가 이루지 못한 동서 화합의 꿈을 처음 실현하는 것”이라며 “남북통일 이전에 동서 화합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 측이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와의 합의이혼을 통한 내분사태 해결 방안을 전했냐는 질문에는 “바른정당에서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하며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다음달 4일 서울과 부산, 광주 등 전국 23곳에서 동시에 개최할 계획이다. 전대 장소를 분산시켜 반대파의 방해 시도를 무력화하는 동시에 의결 정족수를 쉽게 채우려는 의도다.

통합 반대파인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 의원들은 이달 말 ‘개혁신당’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박인숙 의원의 탈당과 한국당 복당 선언으로 유승민 의원은 꼬마 바른정당 대표가 됐고 안철수 전 의원은 한국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드는 도우미가 됐다”며 통합 시도를 비판했다.

유승호/김기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