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역외규정 신설 추진 검토" 발표에 과기부 "신중해야"
과기부-페이스북 협의 사업을 방통위가 '가로채기 발표'도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양분해 맡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잇따라 '엇박자'를 냈다.

정면으로 충돌한 것은 아니지만 양측 의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안에 대한 입장이 발표되고 한 쪽 브리핑에서 다른 쪽이 추진해 온 계획이 공개되는 등 호흡이 안 맞는 모습을 보여 관련 업계와 국민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규에 '역외규정' 신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정 규모 이상의 외국계 인터넷기업이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하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면 경우에 따라 정부가 서비스 차단이나 앱 등록 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역외 규정 도입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내 대리인 의무화 등 제도는 국가간 합의가 필요해 성급한 시행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측의 설명이다.

결국 양측이 부처간에도 이견 해소를 못한 상태에서 불협화음만 노출한 꼴이 됐다.
과기정통부-방통위 ICT 정책 잇단 엇박자 '어리둥절'
또 방통위는 10일 이효성 위원장과 페이스북의 케빈 마틴 부사장의 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판교에 '페이스북 이노베이션 랩'을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획의 한국 정부 측 파트너는 방통위가 아니라 과기정통부였다는 점이다.

과기정통부는 2∼3월로 예상되는 개소 시기에 맞춰 이 계획을 발표할 생각으로 페이스북과 사업 협의를 진행중이었다.

방통위 관계자가 브리핑 질의응답 과정에서 밝힌 것이고 사전에 발표를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과기정통부의 사업을 가로채서 공개한 꼴이 돼 버렸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초고화질(UHD)방송 활성화, 관련산업 촉진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방안, 국내외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차별적 규제 해소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정책협의회를 작년 12월에 열면서 지속적이고 원활한 협의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런 다짐이 무색해졌다.
과기정통부-방통위 ICT 정책 잇단 엇박자 '어리둥절'
여기에는 2008년 이후 정부조직개편에서 ICT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뉘었다가 쪼개졌다가 합쳐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업무 분장이 얽혀 버린 탓도 있다.

2008년 초까지는 정보통신부 산하에 통신위원회가 있었고 정보통신부가 ICT 분야 규제와 진흥을 함께 맡았으나, 단일 기관이 규제와 진흥을 함께 담당하는 이해관계 상충이 발생해 업체들에 대한 영향력이 과도하고 소비자 권익 옹호에 소극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이어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통신부가 폐지되고 옛 방송위원회와 합쳐져 대통령 직속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기존 정보통신부 업무와 인력이 방통위,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로 쪼개졌다.

이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방통위 업무와 조직의 일부를 가져가면서 방송·통신·전파 정책을 양 부처가 나눠 갖게 됐다.

현 과기정통부-방통위 이중체제는 사안에 따라 규제 기능과 진흥 기능이 분리된 경우도 있고 한쪽에 몰린 경우도 있어 관할 업무간 혼선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초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해결책으로 2008년 이전처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로 분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 부문과 ICT 부문을 분리하되 전문성 있는 규제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 적이 있으나, 앞으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