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나라를 바로 세운 우리 국민이 외교·안보의 디딤돌이자 이정표"라며 "한반도에서 평화를 끌어낼 힘의 원천"이라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지난해 그 힘에 의지해 주변 4대국과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당당한 중견국으로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을 천명할 수 있었고, 남북관계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외교에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 문제를 외교 현안으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에 공식적인 합의를 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일본과의 관계를 잘 풀어가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잘못된 매듭은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외면한 자리에서 길을 낼 수는 없다.

진실과 정의라는 원칙으로 돌아가겠다"며 "다시는 그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인류사회에 교훈을 남기고 함께 노력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부여된 역사적 책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해 드리겠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 나가겠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문화적·역사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며 "일본과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함께 노력해 공동 번영과 발전을 이뤄 나가야 한다"며 "지금까지 천명해 왔던 것처럼 역사문제와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만족하는가'라는 물음에 문 대통령은 "만족할 수 있겠나.

다만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 문제"라며 "앞 정부에서 양국 간 공식합의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존의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마음을 다해 사죄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때 할머니들도 일본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해결돼야지, 피해자를 배제한 채 정부 간에 조건을 주고받으며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정부서 그런 식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한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는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입각할 것을 촉구할 것이나, 재협상 요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은 한일 간 합의에 따라 일본이 주는 돈으로 치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에 대한 치유 조치는 우리 정부의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 이미 치유금을 받은 할머니들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받지 않은 할머니들도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할머니들과 시민단체, 일본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고 할머니와 시민단체, 일본이 동의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정부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비공개 군사협력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에 흠결이 있다면 UAE 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UAE와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의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과 MOU가 체결됐다.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것뿐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것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대국인 UAE 측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앞의 정부에서 양국이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