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원점으로 돌아간듯"…"일본은 사죄 구현하는 언행 보이면 좋을것"
전문가 "정부, 위안부합의 중간적 선택"… "관계 불투명" 예상도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정부가 9일 발표한 한일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에 대해 피해자 중시 기조와 한일관계 관리 사이에서 '중간적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합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를 하지는 않았음에도 위안부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한일관계의 전망은 당분간 불투명하리라는 예상도 나왔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차관은 "일단 정부가 재협상이나 파기는 안 한다고 했지만 일본이 출연한 기금(10억 엔) 처리 문제, '위안부 합의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아니다'고 밝힌 부분, 일본의 자발적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힌 대목 등은 위안부합의 내용과 배치될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며 "일본은 그에 대해 반발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전 차관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원칙만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해결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봐야 할 것 같다"며"'6부 능선' 정도 왔다"고 진단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정부가 상당히 고심했다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인 대외관계, 한일관계에 악영향 미칠 소재였는데 폐기나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한다"며 "1990년대 일본이 고노(河野)담화(위안부 제도의 운영에 일본 군과 관헌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담화)를 만들고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해결하려 했으나 한국 민간에서 반발하면서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에 나섰던 때와 비슷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대 이원덕 교수는 "정부가 중간적 선택을 한 것 같고, 좋게 보면 양 극단을 피했다"며 "외교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고, 국내 피해자와 여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없어 절충적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한일관계 전개 방향에 대해 신 전 차관은 "우리는 과거사 해결과 미래지향적 협력의 '투트랙'이라고 했는데 일본에서는 위안부 합의의 해결 방향을 한국 정부가 정할 때까지 한일관계에서 잘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우리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해질 때까지 한일관계는 불투명한 상태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정부는 일본과 투트랙 기조로 갈 것"이라며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기는 하겠지만 일본이 추가적 조치를 취할지는 일본의 선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이 교수는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죄 표명을 어떤 식으로든 할 필요가 있다"며 "위안부 합의로 끝났다는 식으로 주장할 게 아니라 합의의 기본은 사죄인 만큼, 사죄를 구현하는 언행을 보여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는 우리대로 국내 여론을 위한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며 "위안부 합의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 추모, 역사 연구, 교육 등 얼마든지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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