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첨단 전략무기 철두철미 미국 겨냥" 기존입장 되풀이
남북 회담,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까지 '험로' 재확인
북한이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남측의 입장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앞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비핵화에 대한 언론보도를 겨냥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핵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애초 남측이 기조발언 때 비핵화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북측은 그 즉시 예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경청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리선권 위원장의 불만 표출은 우선 지난해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자칭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기조에 입각한 대응일 수 있어 보인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미사일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누차 밝혀왔다.

또 핵·미사일 문제는 미국과 논의하지, 남한과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분명히 해두기 위해 불만을 표시한 것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북한은 우리와는 비핵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기조였을 것"이라며 "북측 회담 모니터링을 하는 쪽에서 남측의 비핵화 대화 언급에 강하게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측의 비핵화 대화 언급과 관련 보도에 대해 북한이 보인 민감한 반응은 이번 남북대화를 비핵화 대화로 연결하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 앞에 험로가 존재함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향후 북미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문 앞에 걸어둔 자물쇠를 여는 일이 간단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북한이 제재·압박에 못 이겨 비핵화 대화에 나서더라도 철저히 북미 양자 차원에서 논의하려 할 것이라는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은 "이번 남북 회담과 합의가 북핵 문제 진전으로 이어지리라 낙관하긴 어렵다"며 "이번 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기가 될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