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뺄셈 통합'?… 진퇴양난에 빠진 안철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진 중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박지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 내 ‘반통합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서도 ‘3차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통합 반대파를 제외하고 양당이 합당했을 때 의석수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뺄셈 통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겠다”며 “바른정당 동료들과 청년들을 생각하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시·도의원을 비롯한 지역구 핵심 인사들이 김 의원의 한국당 복당을 강하게 요구해왔다”며 “특히 김 의원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는 부친인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이 5선을 한 곳이어서 부친과 고락을 함께했던 지역 유지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 탈당으로 바른정당 의석은 11석에서 10석으로 줄어들었다. 한국당 복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학재 의원마저 탈당을 결행할 경우 바른정당 의석은 한 자릿수로 내려앉는다.

남경필 경기지사(사진)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른 길에 함께할 수 없다”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이날 탈당계를 제출했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의 한국당 복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30 청년 신년인사회’에서 김 의원과 남 지사에 대해 “(복당한다면) 거부하지 않는다. 오라”고 말했다.

양당 통합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탈자가 속출하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 내부 문제를 지적하며 통합 걸림돌의 책임을 국민의당에 돌렸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내부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한 뒤 통합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통합을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한 유 대표의 이전 발언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33석에 달하던 바른정당 의석 수가 세 차례 탈당 홍역을 치르면서 10석으로 줄어들자 “합당을 강행하면 오히려 의석 수가 현재 40석보다 줄어드는 뺄셈 통합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대표가 안 대표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