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표단이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른편 남측 대표단 오른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올림픽 기획사무차장, 맞은편 북측 대표단 왼쪽부터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이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대표단이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오른편 남측 대표단 오른쪽부터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기홍 평창올림픽 기획사무차장, 맞은편 북측 대표단 왼쪽부터 황충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장,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 이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이 9일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확정짓고 군사적 긴장 완화에 힘쓰기로 하면서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5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 회담에서 판문점 채널을 통해 2차 고위급 회담 일정을 조율하기로 하고 올림픽 실무 회담 및 군사당국 회담을 여는 데 합의한 만큼 “성공적으로 출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 측이 비핵화를 언급하고 이를 국내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한 것에 대해 북한 측이 강한 불만을 나타낸 점은 향후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북관계 개선에 합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중단됐던 회담이 실로 오랜만에 재개된 자리였다”며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그 결과 남북은 3개 항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첫째,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북측은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우리 측은 북측에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둘째, 남북이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데 공동 노력하기로 한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 회담도 열기로 했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셋째,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임을 확인한 점도 큰 성과로 꼽힌다.

남북한은 이런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앞으로 평창 올림픽 때 올 북한 방문단 규모와 대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2016년 2월 우리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이후 끊긴 서해 군 통신선도 복원했다. 군 통신선 복구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의 육로 이동을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육로로 오가기 위해선 군 통신선을 이용한 통행 협조가 필요해서다.

◆북,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

하지만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서해 군 통신선 개통과 관련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북측이 지난 3일 군 통신선을 복구했는데 우리 측이 왜 이날 개통한 것으로 공개했느냐는 것이다. 조 장관은 “북측은 판문점 연락채널을 복원하면서 같이 서해 군 통신선을 개통했다고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파악이 안 돼 오늘 개통 사실을 알렸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북측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비핵화와 관련해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남측 대표단의 대변인 역할을 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12시20분께 중간 브리핑에서 “조 장관이 북측에 ‘한반도에서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를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내 언론은 이런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부분에 대해 북측은 불만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종결회의에서 “지금 북남이 비핵화 문제로 회담을 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남측 언론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비핵화에 대한 언론 보도를 겨냥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핵과 관련해 조속한 시일 내 평화 정착을 위해 대화할 필요성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도 직접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북 고위급 회담의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많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처음엔 비교적 부드러운 태도로 당국자 회담에 임했지만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결국 북한은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향후 남북대화에서 험로가 예고된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