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오른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하태경 최고위원.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오른쪽)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하태경 최고위원. /연합뉴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8일 국민의당과의 통합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결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세연·이학재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이르면 9일 바른정당을 탈당할 것으로 알려져 양당의 통합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저 혼자 할 일이 아니라 당이 같이하는 것”이라며 “의원총회에서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9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유 대표는 통합의 걸림돌로 거론되는 안보정책과 관련해선 “안보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안보위기 해법에 대한 생각이 같은 정당과 (통합)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북핵 문제의 비군사적 해결책으로 제재와 압박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유 대표의 이런 발언은 통합 협상 과정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정당 내부에서 이탈 세력도 발생했다. 3선의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에서 당직자와 당원, 주민의 의견을 계속 들어왔다”며 “내일 (탈당을) 발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다만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한 적은 없다”며 “가치와 철학이 다른 부분을 먼저 해소하고 통합이 순조롭게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탈당 뒤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학재 의원(인천 서갑)과 남경필 지사도 통합 불참 및 탈당 선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소속 목포시 의원 5명도 이날 탈당을 선언해 양당 통합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남 목포는 통합을 반대하는 박지원 전 대표의 지역구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이후 지방의원들의 첫 집단 탈당으로 향후 호남에서 추가 탈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내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통합을 추진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뜻하지 않은 복병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통합 추인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의결 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데다 양당에서 이탈 세력까지 발생했다. 안 대표는 유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당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양측이 이야기하면서 접점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무마에 나섰다.

안 대표는 양당의 안보관과 관련해선 “그렇게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와 미사일 도발이 심각해 우리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만/박종필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