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결속·보수층 지지 극대화…통합협상 주도권 확보 전략
국민의당 내부정리 재촉…'박·정·천' 배제 주문 해석도
9일 의총 열고 통합의지 재확인…'이탈설' 김세연·이학재 주목
"통합 결심 안 섰다"는 유승민, '줄타기 발언' 속내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통합 국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발언을 계속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 대표는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탄 연말연초 "보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지난해 12월 22일), "(통합은) 과속도 저속도 안 되고 정상속도로 해달라"(1월 3일), "쫓기듯 서둘러 통합하진 않겠다"(1월 4일)는 등 통합과 관련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급기야 지난 6일 BBS 라디오와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선 "통합 결심이 서지 않았다"며 통합에 유보적인 언급까지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 대표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양당의 통합논의 공식기구인 '통합추진협의체'(통추협)까지 구성된 마당에 통합논의의 한 축인 유 대표가 연일 이런 모호한 언급을 하는 것은 사실상 통합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향후 통합논의에서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양당의 안보정책 차이와 관련해서도 유 대표는 "국가 안보에 대한 정체성은 비슷해야 한다"(6일 BBS 라디오 인터뷰)고 단언했다.

대북정책 등에 대한 엄연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의 선(先)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을 대표해 통합논의에 나선 의원들은 물론 당 지도부, 개별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 대표의 최근 '작심 발언'은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양당 통합은 기정사실이 된 만큼 통합 과정에서 최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모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에 더해 김세연·이학재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 보수통합 우선을 주장해 온 당내 유력 인사의 '이탈'을 최대한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합파와 반통합 간의 갈등이 극심한 국민의당이 하루빨리 내분을 정리하고, 남북관계 등에 있어서 진보적 시각이 뚜렷한 인사들은 통합 대열에서 제외해달라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는 해석도 많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대표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빨리 싸움을 그치고 본격적인 통합속도를 내자'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박(박지원)·정(정동영)·천(천정배)' 등 반통합파 내 호남중진 의원들을 털어내고 오라는 뜻도 담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당의 통합논의가 국민의당 내부 스케줄에 따라 끌려가는 측면이 강한 만큼 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유 대표의 전략적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상욱 정책위의장이 이날 오전 비공개회의에서 통합논의와 관련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 의원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창당 정신 중 뭘 지킬 건지, 무슨 협의를 할 건지, (통합신당의) 정체성은 뭔지, 안보 문제는 어떤 자세로 협의를 할 건지 모르겠다"며 "공론화된 논의장을 마련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른정당은 9일 오후 2시 의원총회를 열고 다시 통합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키로 했다.

앞서 바른정당 의원들은 여러 차례 의총을 통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만장일치로 합의한 바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내일 의총은 한 번 더 통합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총에는 금주 내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이들은 남 지사와 함께 국민의당과의 통합 직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