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없는 대화제의 의미없어"…일부 中전문가들 "한미동맹 균열의도"
홍콩 언론 "남북접촉에 중국, 반색·환영분위기… 미국, 회의적 반응"
남북한이 2년만에 판문점 연락 채널을 재개통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은 환영을 나타낸 반면 미국은 신중한 기류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당국간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뒤 한국 정부가 회담을 제의하고 판문점 연락 채널이 다시 가동되는 등 남북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반응은 확연하게 다른 양상이다.

신문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이 판문점 연락 채널과 군 통신선 등 연락수단을 모두 끊어버린 지 23개월 만에 남북 간 연락 채널이 전날 되살아났으며, 이를 계기로 일상적인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과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상호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는 것을 지지하고 환영한다.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것도 지지한다"는 말로 남북 접촉을 반겼다.

겅 대변인은 "현재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민감하므로, 각국이 모두 자제하고 정세 안정과 대화 재개에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기 바란다"며 "중국은 북한과 미국이 조속히 대화를 회복해 상호신뢰를 쌓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 단추' 발언과 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는 되받아치기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환영에도 미국은 남북 대화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금지하기 위한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대화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만나서 웃고 사진 한 장 찍는 임시방편은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헤일리 대사의 이런 언급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해 '핵단추' 운운하며 미국에 핵위협을 한 걸 조준한 것이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지를 밝힌 데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홍콩 언론 "남북접촉에 중국, 반색·환영분위기… 미국, 회의적 반응"
상황이 이런 가운데 중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쑨싱제(孫興傑) 지린(吉林)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고조된 긴장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평가하면서 "물이 끓어 넘치지 않게 하려고 국자로 물을 덜어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장롄구이(張璉괴<王+鬼>)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핵보유국을 선언한 김정은은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 제재를 이겨내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청루이성(曾銳生·스티브 창) 소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움직임을 '분할대응'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청 소장은 "김정은은 분명히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면서 "이것은 돌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죽이려는 것과 같으며, 남북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한미 긴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접근이 과연 한반도의 전반적인 긴장완화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