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장 39명 교체… 주독일대사 정범구·주인도대사 신봉길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처음으로 재외공관장 인사를 단행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일한 인사나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이 상당수 포함돼 ‘보은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작년 11월 내정한 60곳의 공관장 가운데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통과한 신임 공관장 39명을 2일 발표했다. 지난해 탄핵 정국의 여파로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인사 규모가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번 인사에선 대통령이 비(非)외교관 출신으로 특별히 임명하는 특임공관장 비율이 급증했다. 외부 인사 16명을 새롭게 특임공관장으로 발탁하면서 전체 특임공관장은 26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163명 공관장 중 특임공관장 비율은 16%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서 외교부 혁신 방안으로 순혈주의 타파를 내세우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외부 인사를 전체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임대사 중엔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적지 않다. 독일 대사로 임명된 정범구 전 국회의원과 인도 대사와 상하이 총영사를 각각 맡게 되는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이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힌다. 제16,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 대사는 문 대통령 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신 대사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외교자문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박 총영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으로 근무했고, 문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에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았다.

주노르웨이 대사에 임명된 박금옥 전 임채정 국회의장 비서실장 역시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박 대사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총무비서관으로 일했고, 문 캠프에선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이 밖에 노무현 정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춘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교황청 대사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낸 최종문 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프랑스 대사로 이동한다.

외교부는 새 정부 국정철학과 정책기조를 잘 이해하는 동시에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성과 지도력을 겸비하며 해당 지역·국가의 언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연공서열과 무관하게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여성과 비(非)외무고시 출신 외교관을 공관장으로 중용했다. 주밀라노 총영사에 유혜란 국립외교원 기획부장이, 주니가타 총영사에 정미애 성공회대 연구교수가 임명되는 등 5명의 여성 공관장이 신규 보임되면서 여성 공관장은 2명에서 7명으로 확대됐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