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정책혁신위 “개성공단 폐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혁신위)가 28일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수 혁신위 위원장(사진·가톨릭대 교수)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된 대북정책 점검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통일부 혁신위는 지난 9월 20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후 약 3개월간 활동했다.

혁신위는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해 “공식 의사결정 체계의 토론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 전면중단이 결정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시 중단의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전용은 구체적 정보나 충분한 근거, 관계기관의 협의 없이 청와대의 의견으로 삽입됐다”고 설명했다.

혁신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 이전인 2월 8일 이미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박 전 대통령이 누구와 어떤 절차로 결정을 내렸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당시 근거로 참고한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 및 정황에 기초한 것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인되지 않는 것이었으며, 철수 일정과 집행도 매우 급박하게 진행돼 기업의 재산관 보존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선 “법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이른바 통치행위의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혁신위는 “2010년 5·24 조치 및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었다”며 “남북관계도 법치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일정책은 정치적 당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법률에 근거하여 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회담과 관련해선 “회담 재개시 대표의 격과 같은 형식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하고, 회담 대책 틀 내에서 수석대표에게 협상 재량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혁신위는 “2013년 남북당국회담은 우리 측의 수석대표 격 문제에 대한 경직적 태도로 무산됐고, 남북합의서를 정권에 따라 쉽게 부정하는 등 합의서의 규범력이 확보되지 않아 남북관계의 지속성이 훼손됐다”며 “앞으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주관부처인 통일부과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남북회담을 추진하는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와 기존 입장과 동일했다. 혁신위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5·24 조치 후 교류협력이 제한됐고, 지난해 북한 핵실험 이후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민간 교류가 전면 통제된 후 남북간 네트워크가 소멸되고 전문가의 역량이 소실됐다”며 “민간 교류협력시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지난 정부가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통일 교육시 편향성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통일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과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 망명을 발표한 건 탈북 사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관례와 배치된다”며 “특히 종업원 집단탈북은 당시 총선을 불과 4일 앞둔 민감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통일부는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정보기관 소관사항을 발표했고, 부처 간 논의가 부족했다”며 “통일부의 자체적 정보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탈북자 본인과 재북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 실상 바로 알리기’ 명목으로 안보교육이 확대되면서 통일교육 내용에서 북한의 핵문제, 인권상황, 정치체제 특성이 강조되는 등 편향성이 증대됐다”며 “앞으로는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통일교육으로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