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인적청산… '친박' 서청원·유기준 등 당협위원장 62명 '물갈이'
자유한국당이 17일 지방조직 정비를 명분으로 현역 의원 4명에 대해 지역구 책임자인 당원협의회 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서청원(8선, 경기 화성갑) 유기준(4선, 부산 서·동) 배덕광(재선, 부산 해운대을) 엄용수(초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등 4명 모두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다. 당내에서는 ‘홍준표식 인적 청산’을 통한 당 대표 친정체제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당무감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기준미달’ 판정을 받은 62곳의 지역구 명단을 공개했다. 홍 총장은 “한국당이 야당으로서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이번 당무감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 없이 계량화해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의 인적청산… '친박' 서청원·유기준 등 당협위원장 62명 '물갈이'
기준미달 평가를 받은 당협위원장은 곧바로 사퇴 수순에 들어간다. 기준 미달로 분류된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은 20일까지 재심사를 신청할 수 있고 추후 최고위원회 의결을 통해 당협위원장 박탈 여부가 최종 결론 난다. 재심사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 한 한국당 전국 당협위원장 214명 가운데 29%가 교체되는 셈이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감사위원과 사무처 당직자로 구성된 지방출장단을 꾸려 2주간 전국 당 조직을 실사했다. 여기에 여론조사와 대선 득표율 등의 데이터를 더해 평가를 계량화했다. 현역의원 지역구를 비롯해 서울 강남·영남 등 한국당 지지세가 강한 곳은 55점이 넘어야 낙제를 면할 수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당협위원장 박탈 조치는 현역과 원외 정치인 모두에게 치명타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등에 대한 공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음은 물론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어려워진다.

서 의원은 당내 최다선이면서 친박계 좌장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핵심 친박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건축허가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배 의원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기소된 엄 의원을 제외하면 당무감사의 칼끝이 서 의원과 유 의원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역이 아닌 원외 친박계 전직 의원들도 ‘살생부’에 대거 이름이 올랐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사무총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 박민식·전하진 전 의원 등도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

서 의원은 이날 당무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고얀 짓이다. 못된 것만 배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조직 혁신의 일환으로 당무감사를 단행한 홍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상이 된 다른 당협위원장들은 대거 재심청구를 하거나 홍 대표 체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당내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넘어온 ‘복당파’ 의원들은 당협위원장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강길부 김영우 여상규 이진복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복당파 7명의 지역구와 겹치는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 모두 ‘기준미달’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복당파 의원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지역구를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앞으로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 ‘투톱 체제’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