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속속 출마 채비…대진표는 내년 1월말 윤곽 전망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 6개월 후로 다가왔지만 경남도민들은 주요 정당의 도지사 후보로 누가 나올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한다.

공직선거법상 내년 선거에 나설 자치단체장은 오는 15일부터 지자체 사업계획이나 추진실적 등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발행할 수 없다.

정당이나 후보자가 운영하는 기관·단체 등도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행위가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것이다.

선거법상으론 지방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홍준표 전 지사가 보궐선거를 무산시키고 사퇴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탓에 여야 간 결사항전이 예상되는 경남도지사 선거 후보들 면면은 아직 '안갯속'인 것이다.

자천타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후보들은 많다.

하지만 여야 유력 후보 대진표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지역 여당' 격인 자유한국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상당수가 현역 국회의원인 탓도 있다.

현역 국회의원이 출마하려면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도지사에 도전해야 해 위험부담이 크다.

더욱이 임기를 못 채운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자칫 다른 당 후보에게 지역구를 뺏길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지방선거 'D-180'… 경남도지사 후보 면면 아직 '안갯속'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경수(50·김해을) 의원과 도내 유일한 민주당 소속 재선인 민홍철(56·김해갑) 의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달 5·6일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경남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1천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0%포인트)에서 경남지사 적합도 1위(17%)로 오를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하지만 김 의원은 "부산경남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지방정권 교체라는 측면에서도 내년 지방선거는 대단히 중요하고 최선을 다해 승리해야 한다"면서도 "국회의원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 의원도 '나는 선수단장을 맡겠다'는 말로 도지사 직접 출마는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작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공민배(63) 전 창원시장은 지난 7월 일찌감치 자신을 지지하는 모임인 '공감포럼'을 창립하고 선거전에 나섰지만 아직은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박원순(61) 서울시장의 경남지사 선거 차출설이 계속 나온다.

그러나 박 시장은 국정감사와 언론사 간담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경남지사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지사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며 민주당에 입당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58) 국민대 특임교수, 마산 출신의 4선 의원인 설훈(64·경기 부천원미을) 국회의원,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경남선대위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허정도(64)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도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긴 했으나 실제 출마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전통적으로 경남에서 강세를 보인 한국당 후보들도 많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5선의 이주영(66·창원 마산합포구) 의원, 행정고시 출신의 재선 윤영석(52·양산갑) 의원, 초선이지만 홍 전 지사와 두 차례나 지사직을 놓고 격돌했던 박완수(62·창원 의창구) 의원, 홍 전 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낸 윤한홍(55·창원 마산회원구)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먼저 물망에 올라 있다.

이 의원은 최근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다가 단일화 관문도 넘지 못해 힘이 빠진 상태다.

윤 의원은 임기를 그만두면 경남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으로 분류되는 지역구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홍준표 당 대표 신임이 두터운 윤 의원이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광역 인지도가 걸림돌이다.

이런 점에 비춰 지난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경남지사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3위(8.1%)에 오른 박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박 의원은 "지금은 어려운 시기여서 제대로 된 후보를 내야 한다"면서 "중앙정치한 지 1년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도지사를 하려는 것은 어렵다.

국회의원 본분에 충실하겠다"고 말해 일단은 출마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전직 국회의원들은 비교적 출마에 적극적이다.

4선 의원을 지낸 김영선(57) 전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첫 여성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도내 전역을 누비고 있다.

3선 의원을 지낸 안홍준(66) 전 의원은 도내 곳곳에 자신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며 도지사직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김태호(55)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지낸 김학송(65) 전 의원도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다.

이밖에 기성정치에 대한 변화를 내세운 강민국(46) 경남도의원이 오는 18일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다.

남해군수를 지낸 하영제(63) 전 농식품부 차관은 중도 사퇴 부담이 없는 행정가임을 부각하며 출마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안이 고향인 안대희(62) 전 대법관 출마설도 최근 부쩍 자주 나오지만 본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력한 여야 후보군과는 달리 경남에서 당세가 약한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과 함께 무소속에서는 인물난이 예상된다.

국민의당 강학도(57)·바른정당 신성범(54)·정의당 여영국(53) 도당위원장 정도가 후보군으로 거명되지만, 실제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난 13일 정책연대에 합의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경남도당이 경쟁력 있는 단일 후보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무소속으로는 권민호(61) 거제시장, 강기갑(64) 전 의원, 강병기(57)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고영진(70) 전 경남도교육감 등이 거론된다.

거제에서 태어난 문 대통령과 창녕이 고향인 한국당 홍 대표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인데다 '낙동강 벨트'라는 상징성이 큰 경남도지사 선거는 여야 모두가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다.

하지만 여야 대진표는 내년 1월말 정도에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정경원 민주당 도당 사무처장은 "출마 예상자들이 본격 활동에 나서고 당내 공천 작업이 진행되면 내년 1월말 정도는 돼야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 같다"며 "선거일 전 180일을 선거 스타트로 보고 경남권력 교체와 도지사 탈환을 목표로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허성철 한국당 도당 사무처장은 "아직 지방선거와 관련한 지침을 받았거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다"면서 "연말에 행사가 많은 데다 도지사 선거는 도당이 아닌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 룰 등을 논의해야 할 문제여서 최소한 내년 초 이후에나 선거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