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2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당·정·청은 연내 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가 매듭지어달라”고 촉구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는 민주당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 정부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회의에서 최근 중단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에 대해 당이 적극 나서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는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간사의 합의안에 대해 민주당 이용득 강병원 의원 등 일부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장하고 있는 휴일근로수당 중복 할증을 요구하며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여야 간사 합의안은 △1주일을 7일로 명시 △기업 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단계적(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 이후, 50~299인은 2020년 1월 이후, 5~49인은 2021년 7월 이후)으로 시행 △휴일근로 가산수당은 최초 8시간 초과 시 50%, 이후 100% 할증한다는 내용이다.

당·정·청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1주일을 5일로 본 현행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것보단 근로시간의 단계적 단축을 담은 합의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해서다.

김 정책위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개정안을) 처리는 해야 하지 않나”라며 “빨리 합의되면 올해 안에 처리하는 것이고, 안 되면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대해서는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은 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조정하며 합의해 가는 것이 정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소집해 당내 이견을 교통정리하고 연내 처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전격적으로 당·정·청이 회동한 것은 근로시간 단축법 처리에 대한 청와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로, 18대 국회부터 논의해온 사안인 만큼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단계적 시행을 시작하도록 국회가 매듭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