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송헬기인 CH-53E ‘슈퍼 스텔리언’ 등 미 해병대 헬기들이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기지에서 출동 대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수송헬기인 CH-53E ‘슈퍼 스텔리언’ 등 미 해병대 헬기들이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기지에서 출동 대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Fight tonight(오늘밤이라도 싸울 수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에 있는 미국 해병대 항공기지. 바로 인근 미 제3해병원정대 근거지인 캠프 코트니. 이곳에서 만난 미 장병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시 전투태세를 의미하는 ‘Fight tonight’을 외쳤다.

북한이 미국 워싱턴DC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다음 날이었던 만큼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두 곳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심 교두보 역할을 담당한다. 후텐마기지는 미군 증원 병력을 한국으로 실어나르는 일본 내 최전선이다. 미 제3해병원정대는 긴급 상황 시 가장 먼저 한반도로 투입되는 신속대응군 역할을 한다. 이들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하루 안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일본이 비상상황 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일본 국책연구기관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미치시타 나루시게 부교수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이 북한에 안전하게 상륙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가 먼저 수중 지뢰인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 어떤 형태로든 한·미·일 군사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발언들은 미 국무부가 3년 만에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를 한국 취재진에 공개한 자리에서 잇달아 나왔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뒤 ‘한반도 전쟁위기론’이 다시 불거진 시점이었다. 게다가 주일 미군기지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미 증원 전력을 전개하는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사 후방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기자들이 방문했을 때 주일 미군기지엔 긴장감이 흘렀다. 화성-15형이 발사됐던 지난달 29일 나가와현 요코스카 해군기지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를 장착한 이지스함 등이 출동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코스카항이 모항인 로널드 레이건함은 작전구역을 순찰 중이었다. 요코스카 기지는 한반도를 포함한 서태평양을 관할하는 미 해군 7함대사령부의 근거지다. 다음날 후텐마기지의 비행장엔 코브라 공격 헬기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오스프리 ‘MV-22’가 출격 대기 중이었다. 주일미군 관계자들은 “한반도 유사시 언제든 급파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에 있는 89개의 미군기지엔 주한미군의 두 배 규모인 5만2000여 명의 주일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오키나와·요코스카=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