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감사원장. 사진=감사원 홈페이지
황찬현 감사원장. 사진=감사원 홈페이지
황찬현 감사원장이 다음 달 1일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러나 현재 새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명되지 않은 만큼 감사원은 한동안 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지난달 말부터 감사원장 후보자로 전직 대법관을 포함해 법조계 인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인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장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 대통령이 장고 끝에 감사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더라도 국회의 임명동의 과정에서 여야의 정밀 검증 및 공방, 나아가 야권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감사원의 4대강 사업 4번째 감사 착수, 수리온헬기 및 공기업 채용비리 감사결과 발표를 놓고 여야 정치권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같이 녹록지 않은 정치환경에, '감사원의 수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한층 꼼꼼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가 지난 22일 발표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표절 △성 관련 범죄 △음주운전 등 '7대 비리' 당사자의 고위공직자 임용 배제 원칙도 변수다.

더욱 엄격해진 인선 원칙이 정해진 만큼 이번 감사원장은 최소한 '7대 비리'에 있어 결격사유가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12월 1일 황 원장의 퇴임식을 준비하면서 '수장 공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황 원장이 퇴임하면 감사원법에 따라 유진희 수석 감사위원이 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후보자 지명에 이어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표결, 임명까지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정권교체, 국회의 인사 검증 등으로 '감사원장 장기공백 사태'가 빚어진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1997년 12월 이시윤 감사원장(16대)이 퇴임한 뒤 김대중 정부가 출범했지만, 후임인 한승원 감사원장(17대)은 이듬해 8월이 돼서야 국회로부터 임명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2010년 10월 김황식 감사원장(21대)이 국무총리에 취임하면서 후임으로 정동기 후보자가 지명됐으나 국회 청문회에 앞서 낙마했고, 이듬해 3월에야 양건 원장(22대)이 취임했다.

각각 8개월, 5개월여의 공백이었다.

닷새 뒤 퇴임하는 황찬현 원장 역시 전임 양건 원장이 인사외압 등 논란으로 임기 도중 사퇴하고 나서 3개월여 만에 취임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