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박2일, 25시간 방한에 따른 외교 성과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비교적 후한 점수를 매겼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북핵 해법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며 양국 간 불협화음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재차 드러내면서 이와 관련한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핵 해법 한·미 공조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며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은 한반도 긴장 국면을 완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그간 ‘화염과 분노’ 등 거친 발언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엔 정제된 발언을 했다.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스키핑(skipping)은 없다”며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을 일축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성과에 대해 “전반적으로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됐다고 판단한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무역 역조 같은 부분은 그렇게 강조되지 않았다”며 “한·미 양측 모두 톤다운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양국 관계 중요성을 더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안보와 경제면에서 한·미 간 입장차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게 원만한 합의를 이뤄냈는데, 양국 간 충분한 사전 대화를 통해서 협의됐다고 봐야 한다”며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한·미 FTA,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을 코너에 몰아붙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는데 한·미 동맹관계가 부각됐다”며 “한반도 안보 위기를 양측이 공동 보조를 맞춰서 협력해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 한·미 양국이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면서 향후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방한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실제 제재·압박 틀 속에서도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북한도 장기간 도발을 멈추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중 정상회담 등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화로의 국면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 이익과 안보 맞교환 지적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우리의 안보를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맞바꿨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무기 판매를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했고, 지난 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아베 총리가 대량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무기 판매에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담당자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손을 잡은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앞으로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돌출 발언에 대한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살얼음 외교를 펼쳤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장사를 위한 방한이었고 떠들썩한 잔치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