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왼쪽), 최경환
서청원(왼쪽), 최경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적 제명을 직권으로 결정하면서 당 장악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키면서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친박(친박근혜)계의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까지 한국당으로 넘어오면 친박계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친박계의 반발과 저항으로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홍 대표는 그때마다 정면돌파 전략과 의원들을 설득하는 ‘식사정치’를 앞세워 결국 박 전 대통령 제명을 확정 지었다. 홍 대표는 지난 8월16일 대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면서 출당 조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어 9월 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을 권유했고 당 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이들 3인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았던 박 전 대통령 제명 작업은 친박계 최고위원에 더해 정치적 해법을 주장하는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일부 이탈자가 발생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최고위원회 표결을 통한 제명 대신 상황 보고와 대표의 결단에 근거해 박 전 대통령 제명을 밀어붙였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이른바 ‘독고다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력이 부족했던 홍 대표도 당내 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홍 대표 중심으로 결속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먹혀들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 좌장 격인 서·최 의원은 이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비판에 나섰다. 당원 제명은 최고위 의결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 홍 대표가 권한을 남용해 직권으로 결정해버렸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은 “출당 조치는 한국 정치사의 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치적 도의는 물론 당헌·당규까지 위반한 출당 조치는 인정할 수 없다. 당원들의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는 원천 무효”라며 “당규에 따라 최고위 의결을 거쳐 확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기다려보고 판단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이고 절차”라며 “홍 대표의 무법적이고 안하무인 격인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더 이상 방치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영문으로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구를 써 서·최 의원 반발에 맞대응했다. 당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는 만큼 박 전 대통령 제명 절차는 적법했다는 항변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