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굳은 표정에 정장…긴장 속 '소신 반박'도

네이버 총수 첫 가시방석 국감… "핑계·불성실" 질타
인터넷 업계의 '은둔자'인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의 30일 첫 국정감사 증언은 예상대로 가시밭길이었다.

"답변이 불성실하다" "책임을 전가한다" 등 질타가 쏟아졌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저녁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 부당 편집 등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며 "국외 사업과 기술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는 답변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 전 의장은 국내 1위 포털인 네이버의 창업주 겸 최고결정권자지만, 공식적으로는 현재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 유럽의 기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투자와 신사업 개척 업무를 맡고 있다.

그의 사내 공식 직함은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는 이 전 의장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서 과도한 영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 부분은 보도를 통해 봤다"고, 네이버의 여론 조작 의혹에 관해서는 "뉴스 부문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는 못 한다"는 등의 식으로 답변했다.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의원은 이를 놓고 "업무 때문에 외국에 있어도 네이버 관련 문제라면 보고를 받는 것이 정상"이라며 "네이버의 '갑질'이나 부당 편집 문제에 대해 어떻게 시정 조처할 것인지 답을 갖고 국감에 출석했어야 하는데 부실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같은 당의 강효상 의원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된 이 전 의장이 업무 책임을 자신이 임명한 대표(한성숙)에게 미루는 것은 불성실하고 뻔뻔한 태도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상진 국회 과방위 위원장도 "글로벌 기업을 일군다고 바빴겠지만, 국감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고 출석 태도도 다소 성실하지 않다.

현 대표와의 업무 구분이 있지만, 기업의 총책임자로서 답변하고 개선 의지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장은 국회 측의 비판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 "기술자 출신으로 넓은 식견이 없었다" 등 반응을 내놨으나 포털 규제나 중소업종 압박 등 지적에 관해서는 작심하고 목소리를 높여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 등 거대 포털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의원 지적에 대해 "구글이 세계 검색의 90% 이상을 점유할 때 네이버가 한국에서 검색 점유율 70%대를 지킨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색 서비스의 국경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서의 점유율만 갖고 무리하게 규제를 하다 '토종 기업 위축'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네이버가 검색광고 경매제 등의 방식을 통해 광고비를 높여 중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 네이버는 소상공인이 가장 저렴하게 광고할 수 있는 매체"라고 항변했다.

그는 네이버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을 흥행시키는 등 IT(정보기술) 기업 중 이례적으로 글로벌 성과를 쌓았다는 사실을 애써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의 국감 증언은 처음이다.

그는 1999년 네이버 창업 이후 대외 활동을 꺼리며 언론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아, 인터넷 업계에서의 절대적 위상과 반대로 '은둔형 기업인'으로 불렸다.

그의 국감 출석은 국회의 고강도 압박 끝에 이뤄졌다.

국회 과방위가 지난 12일 증인 출석을 하지 않은 이 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에 대해 30일 국감도 불참하면 고발하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포털의 책무 강화에 관해 네이버 수장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의장은 유럽 출장을 사유로 12일 과방위 국감에는 불참했지만 "다양한 각계 의견을 듣겠다"며 전격 출석을 결정해 지난 27일 귀국했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어두운 잿빛 정장에다 검은 넥타이를 매고 굳은 표정으로 국회 현관에 나타났다.

개발자 출신 기업인답게 지금껏 대외 행사에서도 캐주얼 복장을 선호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이 전 의장은 국감 답변 내내 긴장한 표정이었고,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가 잦았다.

그는 국감 출석 직전 취재진에게서 '지금 심정이 어떠냐' 등 질문을 받았지만 '성실히 답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