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기사 재배열 심각한 문제…자동편집 알고리즘 외부 검증"
대기업 총수 지정됐지만 개인 의견 단서…책임 회피 논란 가능성
이해진, 네이버 뉴스 근본 개편… "전권은 대표에게"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총수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30일 국정감사에서 최근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대해 사과하고 근원적 해법을 약속했다.

그러나 개선 조처를 할 전권이 한성숙 대표 등 현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해 기업 최고결정권자로서 책임을 회피한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근 불거진 네이버 스포츠 뉴스의 기사 부당편집과 관련,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사과한다.

지금 급하게 답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성숙 대표를 중심으로 근본적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 20일 내부 고위자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K리그 축구 기사를 부당 재배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사과한 바 있다.

이 전 의장은 '뉴미디어 편집위원회'를 출범하고 부당편집 당사자를 가중 처벌할 조항을 신설하자는 과방위 의원 제안에 "자세히 검토하고 고민하겠다"고 밝혔고, 기사를 자동 편집하는 알고리즘(전산 논리체제)을 외부 공개·검증하는 방안에도 동의했다.

그는 좋은 뉴스 댓글을 먼저 배치하는 알고리즘에 왜곡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도 "문제를 공감하고 충분히 검증하겠다"고도 답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그러나 "뉴스 서비스의 전면 개정 방안을 실행할 전권이 전적으로 한 대표와 실무진에 있다"고 선을 그어 국감 현장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한 대표가 (뉴스 개편에 관해) 어떤 결론을 내려도 이 전 의장이 간섭·관여 못 한다는 뜻인가'란 최명길 의원(국민의당)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준(準) 대기업으로 지정할 때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돼 '총수'(오너)로 공식 지목된 바 있다.

한 대표 등 경영진 결정과 자신이 무관하다는 이 전 의장의 주장은 이런 공정위 결정과 상반돼 '책임 회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이 발언이 나오자 "한 대표가 국감 증언할 때를 비롯해 나중에 이 말이 여러 번 인용이 될 것이니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 전 의장은 '네이버를 언론으로 보느냐'는 의원 질의에는 "(네이버가) 뉴스를 생산하지 않아 기존의 언론과 다른 개념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네이버가 '언론 위의 언론'으로서 과도한 영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 부분은 보도를 통해 봤다"고 답했고, 네이버의 여론 조작 의혹에 관해서는 "뉴스 부문에 대해 깊이 알고 있지는 못 한다"고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뉴스 서비스를 앞으로도 직접 할지에 관한 질의에는 "이미 뉴스 서비스의 제휴 언론사 선정이나 검색 관련 검증도 외부 위원회를 통해 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 플랫폼(기반 서비스) 기업인 만큼 가급적 외부에 놓는 것(외부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전 의장은 각종 질의에서 "국외 사업과 기술 분야에 집중해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는 답변을 수차례 반복해 '답변이 불성실하다' '보고를 못 받았을 리가 없다' 등 비판을 받았다.

그는 알고리즘 외부 검증에 관한 찬성이 개인적 의견이라고 밝혔으며, '총수 의견은 회사 입장 아니냐'는 질문에는 "법적 문제는 모르겠지만, 외부 검증 원칙을 실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대외 활동이 드물어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 전 의장이 국감 증인석에 선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날 짙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착용하고 국감장에 나왔고 답변 중 종종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