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대통령, 한국노총 위원장과 건배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 만찬행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건배주는 전북 고창 특산품인 ‘선운 복분자주’다.  /연합뉴스
< 文대통령, 한국노총 위원장과 건배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 만찬행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건배주는 전북 고창 특산품인 ‘선운 복분자주’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인사들과 청와대에서 연 만찬 회동에서 ‘노동계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 정도 우리 노동은 아주 소외되고 배제됐으며 국정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국정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지도부가 회동에 불참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은 “다음 기회에는 같이할 수 있는 자리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이날 만남을 계기로 ‘사회적 대화 복원’을 꾀한 문 대통령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文 “사회적 대화 진척 희망”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이 노사정 ‘8자회의’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대화 복원에 공감한다”면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와 노사정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가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민주노총·대한상공회의소·경영자총협회·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노사정위원회가 참여하는 8자회의는 노사정위를 탈퇴한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전제로 내건 조건이다.

문 대통령은 “그간 노동정책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돼왔다”며 “그로 인해 노동계 전체로 보면 노동조합 조직률이 많이 떨어졌고 노동자 개개인의 삶도 아주 나빠졌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을 최우선 국정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위해 했던 공약들을 전부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문제뿐 아니라 주거, 교육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양보 요구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최저임금 인상, 쉬운 해고·취업 규칙 변경 완화 등 양대 지침 폐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친(親)노동 행보를 펼쳐왔다. 이는 문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한 경제적 불평등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양보도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경제민주주의 실현’을 강조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완곡한 표현으로 노동계의 양보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나라다운 나라는 대통령이나 정부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함께 해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노동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 역시 대통령과 정부 의지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계가 함께 해주면 훨씬 많이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행사 불참

민주노총은 당초 1부 행사에 지도부가 참여하려 했으나 이날 오전 11시께 입장 자료를 내고 문성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이 배석하는 점, 만찬에 산별 노조 및 개별 사업장 노조 대표를 청와대가 개별적으로 초청한 점을 들어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는 주객을 전도해 1부 간담회보다 2부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만찬 행사를 앞세우는 행보로 사달을 불러일으켰다”고 반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노총 산하 영화산업노조의 안병호 위원장만 만찬에 참석했다. 민주노총의 불참에 대해서는 노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정위원장 배석, 산별노조 개별 접촉 등의 사유로 불참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행보하는 편이 민주노총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조미현/심은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