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지난 16일 헌법재판관 8인이 소장 및 재판관 공백 사태에 우려를 공식 표명한 것과 관련, “청와대 입장과 크게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17일 진화에 나섰다. 헌법재판관들이 ‘대행 체제 유지’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에 “헌법재판관들이 직접 헌법재판소장 임명을 촉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 체제를 (김 권한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임기 문제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공을 재차 국회로 돌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의 임기만 6년으로 규정돼 있고 소장 임기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면 신임 헌재소장으로서 새로 6년의 임기가 시작된다는 해석과 기존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서 헌법재판관 잔여 임기 동안만 헌재소장을 맡았다. 현재 8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내년 임기가 끝나는 재판관은 5명이나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중 헌재소장을 지명하더라도 1년밖에 소장직을 수행하지 못한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인사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헌법재판관 8인의 공식 성명과 관련, 일제히 사법부마저 김이수 체제를 부정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어제 헌재가 조속한 임명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며 “헌재가 태도를 보인 것은 꼼수적인 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돼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편법에 매달리지 말고 헌재의 입장을 존중해 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당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회가 김이수 체제를 무시한 것은 3권 분립 무시라고 김 권한대행에게 사과까지 했지만 오히려 대통령이 3권 분립을 위배하려 한 것이 드러났다”며 “청와대는 그런 발표를 한 경위를 밝히고 국회 무시를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비어 있는 헌법재판관 한 자리를 소장으로 지명하면 풀릴 문제”라며 “도대체 대통령이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의 헌법 인식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조미현/서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