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반도에 최첨단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 이른바 ‘10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한 대에 5조원가량인 핵추진 항공모함(항모)부터 2조원대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3000억원이 넘는 초음속 폭격기까지 13~20일 잇따라 출동한다. 이달 한국 상공과 영해를 누비는 미국 전략자산의 가격만 15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한·미 당국이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무기와 이미 한국에 배치된 전력을 합하면 그 금액은 더 커진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 양국의 군사작전이 사실상 ‘경제력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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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항모전단 꾸리는 데 20조원

국내에서 1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었던 미 핵잠수함 두 대가 잇따라 한국을 찾았다. 투산함이 지난 7일 진해항에 들어와 11일까지 머무른 데 이어 미 최대 핵잠수함인 미시간함이 13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핵추진 항모인 미 7함대 소속 로널드레이건함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동해와 서해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한다. 항모 단독이 아니라 양국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 40여 척의 함정과 항모전단(항모강습단)을 이뤄 북한 도발 대비 훈련을 한다.

F-22 스텔스 전투기와 B-1B 전략폭격기 등은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 참가한다.

가장 비싼 전략 무기는 항모다. 레이건함의 건조 비용은 5조원 정도다. 6일 미 캘리포니아를 떠나 동아시아로 출발한 루스벨트함의 경제적 가치도 비슷하다. 미국이 시범 운영 중인 차세대 항모 제럴드포드함 가격은 14조5000억원이다.

죽음의 백조·항모·핵잠까지… 10월 한반도 20조원 전략무기 총집결
핵잠수함과 이지스구축함 가격도 1조원을 웃돈다. 투산함과 미시간함의 건조비용은 각각 1조5000억원, 2조원이다. 괌에서 한반도로 출격 중인 전략폭격기 B-1B의 가격은 3500억원이다. B-1B와 함께 출동하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2000억원 이상)와 F-35B(1000억원 이상)를 포함하면 이달 한반도에 출동하는 전략무기의 가치는 20조원에 육박한다.

만약 항모가 혼자 오지 않고 항모전단 형태로 전개되면 그 가치는 20조원으로 훌쩍 뛴다. 항모에 4척의 이지스함과 2척의 핵잠수함, 순양함 등이 따라붙는다. 레이건함이 이끄는 제5 항모전단은 이지스함만 10척을 거느린다.

항모를 하루 운영하는 데 30억원이 든다. 최고급차로 통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10대 가격이다. 항모의 연간 운영비는 평균 4000억원이 넘는다.

전략무기 배치 늘리는 이유는

북한은 미국 전략무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파괴력이 커서다. 미시간함 같은 핵잠수함은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작전을 할 수 있다. 디젤 잠수함은 매일 두 차례 물 밖으로 나와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특성상 적에게 노출되기 쉬운 게 단점이다. 하지만 핵잠수함은 긴 시간 잠항이 가능해 적의 잠수함을 오랫동안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의 유력한 향후 도발 형태로 예상되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을 억제할 수단이 된다.

핵잠수함은 공격용 무기로도 활용된다. 미시간함엔 이라크 전쟁 때 사용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이 154발 장착돼 있다. 최대 사거리가 1600㎞다.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면 바로 전술핵 무기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의 전략무기는 핵무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방공망을 쉽게 파고들 수 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이 핵전력에 많은 걸 쏟아붓고 있는데 미국이 전략무기로 북한을 압박해 북한이 재래식 무기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연말부터 미군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순환배치하거나 출동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우선적으로 스텔스 전투기인 F-22와 F-35B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22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F-35B 전투기는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돼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월 2회 이상 출동하는 B-1B의 배치를 정례화하거나 일본에 있는 핵잠수함과 항모 출동 횟수를 늘리는 방안도 한·미 간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북한 도발 강도가 세지면 더 강한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