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안보 정당'이라더니…국군의 날 행사도 안간 한국당
자유한국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 명절 인사를 겸한 현수막을 내걸기로 했다. 현수막 문구는 명절 인사말치고는 다소 섬뜩하다. ‘5000만 핵인질, 전술핵 재배치 꼭 필요합니다.’ 가벼운 명절 인사만 넣자는 의견이 당내 있었지만 추석 연휴를 계기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확실히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안보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해 국민 지지를 얻자는 것이다.

한국당의 행보는 이런 구호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홍준표 대표는 28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바른정당·이정미 정의당 등 각당 대표가 참석했지만 홍 대표는 불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대신 참석하지도 않았다.

홍 대표는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시간 서울 중구에 있는 탈북 청소년학교인 여명학교를 방문했다. 탈북 청소년과의 만남에 대해 한국당은 ‘또 다른 의미의 안보’라고 했지만 국군의 날 기념식까지 불참하고 가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도 과거 야당 시절 국군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사례가 있었다. 모두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이었고, 홍 대표의 불참도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

홍 대표는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만찬회동에도 가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회동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는 이유였지만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뿌리쳤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안보를 중시하는 제1야당 대표가 이래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이 얘기하는 안보는 가짜 안보”라고 비난했다. 안보 정당을 자처하면서 국군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한국당은 이런 비판을 반박할 수 있나. 정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가 안보를 위한 초당적 협력과 이해를 구하려 한다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단호하고도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면 더욱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유승호 정치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