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존재감 약해져" 지적…朴정부때 '통준위' 출범으로 위축 지적
"정권 바뀌어도 변함없는 통일원칙 정립"…'평화공공외교'로 해외통일역량 강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통일정책과 관련한 헌법상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회의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힘싣기에 나섰다.

이는 전임 박근혜 정부 하에서 '통일준비위원회'라는 별도의 대통령 직속기구가 출범하면서 민주평통이 '평화통일'에 관한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평통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18기 평통 간부·자문위원 초청간담회에서 "민주평통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라며 "특히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평화통일에 관한 한 민주평통은 최고의 기구"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아직 대다수의 국민은 민주평통의 역할을 잘 모른다"며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안타깝게도 민주평통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文대통령, 민주평통에 '힘싣기'… "평화통일 준비 역할 막중"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전임 정부에서 민주평통이 맡아야 할 통일정책 자문 업무가 '기형적'으로 이뤄졌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통일준비위원회가 평화통일과 국민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지난 2014년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으나, 실질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데다 평화통일기구라기보다는 북한 붕괴 시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까지 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은 민주평통이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본연의 역할에 다시 충실히 임할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공조를 통해 북핵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한편으로는 평화통일을 위한 준비와 노력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며 "민주평통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가 엄중할수록 국민의 단합된 힘이 절실하다"며 "그래서 더더욱 민주평통의 역할과 책임이 크고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통일정책 어젠다의 하나인 '통일국민협약' 체결에 힘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협약은 초당적 협력과 협력통치의 틀 속에서 보수·진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북정책을 방지하고 통일된 의견을 공식화해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 대통령은 "진보·보수를 뛰어넘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하고 변함이 없는 통일 원칙을 정립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민주평통이 추진하고 있는 '평화공공외교'를 높이 평가했다.

거주국 주요인사들과 '평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외동포 2·3세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맞춤형 통일교육사업을 진행해 해외의 통일역량을 극대화해달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 정부는 남북관계가 어렵더라도 민주평통이 추진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18기 민주평통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덕룡 수석부의장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이끄셨고 5선 국회의원의 (수석부의장) 최적임자"라며 강한 신뢰를 표시했다.

'상도동계' 좌장 격인 김 수석부의장은 5선 국회의원(13∼17대) 출신으로, 지난 대선때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문 대통령은 또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역임한 황인성 사무처장에 대해서도 "든든한 남북관계 전문가"라고 평했다.

간담회에는 김 수석부의장과 황 사무청장 이외에 민주평통 운영위원들과 황원균 워싱턴협의회장을 비롯한 해외지역 협의회장, 상임위원 대표, 사무처 직원을 비롯해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