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6일 “(우리 정부의 지난 7월) 남북 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미국이 엄청나게 불쾌해했다”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사실상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강력한 어조로 항의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행사’ 특별강연에서 이런 뒷얘기를 전한 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데 휴전선이나 서해지구에서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면 확전될 수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이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특보가 아니라 학자로서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문 교수는 최근의 안보상황과 관련해 과거 도끼만행 사건이나 미 군함 푸에블로호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지금이) 더 엄중하다고 보는 것이 (과거에는) 북한의 우발적 충돌에 대한 대응이지만 이번엔 시스템적”이라며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여러 시나리오가 있다는데, (미국이) 준비된 군사행동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나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상당한 압력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한다고 나오면 양식 있는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겠나. 전체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임시배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북한은 핵시설과 핵탄두, 미사일과 잠수함을 모두 갖고 있어 핵무기를 가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한국과 미국에 불리하기 때문에 빨리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은 북한대로 저렇게 나오지, 미국은 미국대로 강경하지, 중국은 사드 때문에 등 돌리지, 러시아와도 안 맞는 게 상당히 있지. 대통령이 상당히 답답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한·미 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국민들이 이해하고, 문 대통령을 지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