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전장부품 납품가 속여 방사청에 100억대 손해 혐의
수출용은 싸게 우리軍 납품가는 비싸게… KAI 본부장 재판에

공군 고등훈련기 T-50 등에 납품하는 장비 원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직 임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사문서위조, 방위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KAI 공모(56) 구매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지난 7월 KAI 경영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나서 KAI의 임원급 인물을 재판에 넘긴 것은 공씨가 처음이다.
수출용은 싸게 우리軍 납품가는 비싸게… KAI 본부장 재판에

공 본부장은 2011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T-50 고등훈련기 등 군수 장비의 전장계통 부품 원가를 속여 방위사업청에 총 12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KAI는 협력업체에서 조달한 같은 제품을 수출용 제품(FA-50)에는 낮게, 우리 군 당국에는 높게 반영하는 '이중단가' 방식으로 납품가를 114억원가량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 본부장은 또 해외 부품업체와 가격 협상을 해 납품가격을 낮췄는데도 이를 감춘 채 방사청에는 가격 협상 이전의 견적서를 제출해 납품가를 15억원 부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원가 부풀리기 과정에서 부품업체가 발급한 견적서의 단가를 칼로 도려낸 뒤 수정해 복사하는 식으로 위조한 사실도 적발하고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공 본부장과 함께 원가 부풀리기에 관여한 전직 구매센터장 A(60)씨와 당시 구매팀장 B(53)씨 등 구매센터 결재라인 관계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KAI는 수출용 부품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대신 그 손실을 국내 방산용 부품 가격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논리로 해외 부품업체에 이중단가를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방위사업청이 해외 구매 부품의 실제 구입가격을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원가검증제도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2일 KAI의 하성용 전 대표를 구속하면서 납품가 부풀리기와 관련한 범죄사실은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 본부장 기소 이후 납품가 부풀리기 관련한 하 전 대표의 관여 여부를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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