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무기처리·난민대응·北질서 회복·北정권재편 대비있어야"
中서 '대화해결론' 아닌 전쟁가능성 언급 이례적…北 견제용(?)

중국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가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정부가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중국 정부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북핵 해결책으로 제안한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학자들이 좀처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이달 호주 '동아시아포럼'지에 중국이 미국·한국과 협력해 한반도 위기 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명성이 높은 자 원장은 평소 중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 왔다.

자 원장은 기고문에서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그 4대 과제로 ▲북한 핵무기 처리 ▲대규모 난민 유입 대응 ▲북한 사회질서 회복 ▲북한 정권의 재편을 제시했다.

자 원장은 "중국 정부는 지금껏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이러한 견해를 멀리해왔지만, 최근의 사태 전개를 생각한다면 중국은 미국 및 한국과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군사적 공격의 결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면 중국이나 미국은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의 핵무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동북부 지역에 북한 난민을 수용할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한반도 통일을 수용할지에 대해 미국과 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CMP는 쉬치량(許其亮)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최근 북한과의 접경지대를 관할하는 중국군 북부전구를 시찰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정부도 이러한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주장이 매우 이례적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전문가는 그의 제언에 상당히 공감할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지린(吉林)대 쑨싱제(孫興傑) 교수는 비상계획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핵위기나 난민 유입에 대비해 접경 지역 등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했고 핵보유국 간 충돌 사례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청샤오허(成曉河) 런민대 교수는 "어느 당사자가 첫 공격을 감행하든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군사적 방어나 국경 통제 등에서 당국은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 발발 시)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군대를 신속하게 이동시켜 중요한 시설과 지점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후 벌어질 국제 협상에서는 최대의 발언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도 북한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가 시행되기 전에는 중국이 미국과 비상계획을 논의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원유 제공 중단은 경제위기를 유발하거나 북한의 선제공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막대한 난민의 유입은 중국과 그 주변국에 최대의 걱정거리를 안길 것이지만, 아직 그것을 논하기는 이르다"면서 "비상계획의 전제조건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이지만, 아직 그러한 징후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