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원인과 뇌물수수 의혹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 논란이 주말 정가를 뜨겁게 달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4일 “정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가족에 대한 막말과 망언, 이에 부화뇌동하는 한국당의 행태는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저열한 정치공세”라고 맹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면서 “사과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대선 개입과 민간인 사찰 문제를 물타기하고 싶은 것 같은데 우리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의 자살이 이명박 때문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하자 한국당은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24일 “이번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정치 보복”이라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 뇌물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올린 글일 뿐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정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으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믿나”며 “노 전 대통령의 한을 풀기 위해서 또 다른 형태의 정치 보복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 보복은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에게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