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격 징후땐 선제타격"…트럼프 "리틀 로켓맨, 오래 못갈 것"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외무상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그는 “트럼프는 상식과 정서가 온전치 못한 데로부터 우리 국가의 최고 존엄을 로켓과 결부해 모독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그는 전체 미국 땅이 우리 로켓의 방문을 더더욱 피할 수 없게 만드는, 만회할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또 “이 공격 때문에 미국 땅의 무고한 생명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절멸’ 발언을 한 데 대해 정면 대응한 것이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낸 첫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앞서 이 외무상은 김정은 성명 발표 후 “초강경 대응이란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 지칭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최고통사령관’ ‘거짓말의 왕초’ ‘악(惡)통령’ ‘투전꾼’ 등의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며 원색적 폭언을 쏟아냈다. 20분간 이어진 그의 연설 동안 배석자들은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외무상 연설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총회를 전후해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로 높아지면서 우발적 군사충돌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지난 21일 김정은의 대미 비난 성명이 나온 후 연일 성명 지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반미 대결전에 총궐기해 최후 승리를 이룩하기 위한 평양시 군중집회가 이날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집회엔 10만여 명의 군중이 참석했다. 통신은 “집회에 이어 열린 군중시위에서는 악담질을 하는 천하무도한 미국 깡패무리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쓸어버릴 기세에 충만된 시위 참가자 함성이 광장에 메아리쳤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