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등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들어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송 장관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송 장관은 또 통일부가 추진 중인 800만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와 관련, “굉장히 늦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으나 통일부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국가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 교수는 제가 입각 전에 한두 번 뵌 적이 있지만, 워낙 자유분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특보라든지 정책특보 같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문 특보는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참수부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아주 잘못된 것이며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날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 특보가 김정은 심기 경호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미국에도 있는 참수작전을 얘기했는데 부적절하다니 이게 통일외교안보 특보 입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냐”고 송 장관에게 물었다.

송 장관은 “(참수작전을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문 특보 발언을 반박했다. 이어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모색해야 한다는 문 특보의 의견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특보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송 장관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며 “그 발언에 대해 어떤 코멘트도 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북 지원 시기를 놓고도 송 장관은 통일부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현 상태에서 북한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송 장관은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답변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의원들의 집중 추궁 과정에서 나온 설명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현재까지 대북 지원 시기에 대한 정부 입장은 바뀐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략적인 대북 지원 시기는 21일 열리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논의되지만 구체적인 지원 시점은 유엔과 협의하면서 결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지난 14일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모자보건 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참고자료를 통해 “대북 지원 시기는 남북관계를 비롯한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