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폴라 핸콕스 CNN 서울지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폴라 핸콕스 CNN 서울지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한의 핵 위협을 맞아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열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을 앞둔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 ‘토크 아시아’에 출연해 최근 국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뒤 이틀 만에 청와대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이후 처음으로 외신 인터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해 한국의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도 생각을 같이한다”면서도 “북핵에 대응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해야 한다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 요구와 핵무장론에 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도 핵무장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에 대해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에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핵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은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욕심은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인정받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의 개발은 체제 유지 수단으로 보는 기존의 견해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특히 대한민국은 북핵을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북한이 매우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쏘아올리는 등 9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급기야 지난 3일에는 6차 핵실험까지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핵·미사일 위협은) 북한 자신이나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단히 무모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군이 실제로 김정은을 암살할 군대 조직을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실제로 핵과 미사일로 도발할 경우 한국과 미국은 그것을 조기에 무력화할 수 있는 확실한 연합방위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그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정권 교체를 바라지도 않고, 북한을 흡수 통일하거나 인위적으로 통일의 길로 나아갈 그런 구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북핵 문제를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북한의 위협 행위를 규탄하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 스스로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