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국내 굴지의 재계 총수, 최고경영자(CEO) 명단이 대거 담긴 문서가 14일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주요 증인요청 명단’이라는 제목을 달고 서울 여의도 정가와 증권가에 유포됐다. 공공기관장을 합쳐 47개사 58명의 명단이 담긴 A4 2쪽 분량의 이 문서는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몇몇 언론에도 이 문건이 보도됐다.

국회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어 국정감사 때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임위원회다. 매년 가을 국정감사 때마다 기업인 증인을 가장 많이 부르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문서에 거론된 각 기업의 대외협력 담당자들은 “정말 이 명단대로 국감 증인을 부르는 것이 맞느냐”며 확인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해당 문건은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보좌진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원에게 아직 보고도 하지 않은 실무진 차원의 문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결과 국감 준비 차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됐던 기업과 CEO들의 명단을 한번 정리해본 것일 뿐 정작 해당 의원실은 아무도 국감 증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원실은 문서 유출 경위와 유출자를 찾아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정무위는 지난 13일까지 국감에 출석할 증인 명단을 각 의원실로부터 1차로 받았으며 곧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각 의원실이 신청한 증인 리스트를 놓고 여야 간사의원이 협의한 뒤 압축, 최종적으로 증인을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각 기업은 ‘우리 CEO가 국감에 출석하는지’를 놓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정보활동을 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