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넘겨받은 청와대… 당혹 속 '박성진 딜레마' 숙고 모드
文대통령 임명여부 결단 남아…野 부적격 보고서에 與 사실상 '묵인'
김명수 인준과 맞물린 '고차 방정식' 해법 필요…원내협상 지켜볼 듯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3일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끼리만 '부적격' 의견을 담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청와대로서는 이제 공을 온전히 넘겨받게 됐다.

특히 이번 부적격 보고서는 여당이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청와대가 느끼는 당혹감은 더욱 커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장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당분간 상황과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결재 절차를 거쳐 청문보고서가 청와대에 전달되면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명할지 말지를 '양자택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의장 결재를 거쳐 이튿날 청와대에 송부된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14일 중 청문보고서를 정식으로 전달받고 어떤 식으로든 '결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문 대통령은 당장 14일 장관직에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당초 인선기준으로 삼았던 '정책역량'에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임명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적격' 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채택됐음에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문제는 국회의 평가 결과를 무시하는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임명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 표결에 불똥이 튈 수 있다.

모든 야당이 박 후보자의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박성진 카드'를 밀어붙여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을 자극하면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로서는 여소야대 국회에 또다시 발목을 잡히면서 정치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고 핵심 개혁과제였던 사법개혁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청관계에도 파열음이 불가피하다.

청와대와 야당 간 관계는 물론 박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여당과의 관계에 심상찮은 균열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후보자의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이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진보 진영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제임을 고려하면 장관 임명 시 예상되는 지지층 이탈 또는 이반 현상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여당마저 사실상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마당에 청와대가 '박성진 카드'를 고수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의 분위기나 기류를 잘 파악하고 있고 대통령께도 보고를 드렸다"며 '박성진 불가론'으로 기운 여권 내 여론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청와대가 서둘러 결론을 내지 않고 여야 간 원내협상 진행 상황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여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다음 본회의인 28일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뭔가 '묘수'를 찾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당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한 국민의당을 여당이 성의 있게 설득해서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만 보장된다면 청와대가 어떻게든 '박성진 카드'를 접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임명동의안 투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청와대를 비우는 다음 주까지도 박 후보자를 임명하는 문제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공석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