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혁신제품·서비스 일단 출시
문제 있으면 사후에 제도 보완
복지와 일자리 분야 정책에 집중하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춘 규제개혁 방안을 공개했다.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진 미래 신산업 분야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자는 것이 핵심이다. 신기술·신제품은 법 개정 없이도 출시하도록 한 뒤 사후에 생기는 문제만 규제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새정부 규제개혁 추진방향’을 확정했다.

정부는 신산업 규제를 원점에서 검토해 전면 재설계하기로 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법령 개정 없이도 시범사업, 임시허가 등을 통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한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래놀이터(샌드박스)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신기술·신사업 아이디어를 마음껏 시도하게 하자는 얘기다.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신기술, 신산업 분야는 기존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금지) 방식으론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며 “사전 허용, 사후 규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행정규제기본법 등을 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입법 방식도 바꾼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전자화폐를 발행하려면 수십 가지 기준을 일일이 맞춰야 한다(한정적·열거적 규정). 내년부터는 보안, 유통 분야의 포괄적 기준만 맞추면 전자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산업 규제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각종 규제의 벽에 막혀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존 주력 산업과 서비스산업의 규제 해소 방안이 빠진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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