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도발 가능성 농후…北·美 '강대강' 충돌 우려
김정은 "美행동 주시해 차후 행동 결심"…협상 반전 가능성도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한반도 정세가 9월에도 반전의 계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 온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31일로 종료되지만, 북한은 이와 관계없이 도발 수위를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응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때 UFG 연습이 종료된 뒤 9월에는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의 2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 이런 기대는 많이 사그라졌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추가 도발 의지를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그는 '화성-12형' 발사를 두고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면서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선 '괌 포위사격'을 실제로 감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은 특히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 9일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형'의 추가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29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향후 북한은 ICBM과 SLBM 개발 완료 시까지 기술적 신뢰도 제고를 위한 시험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북한에 도발 중단을 촉구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던 미국은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한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으로, 대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신속하게 채택한 데 이어 조만간 추가 제재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들의 머리 위로 북한의 미사일이 지나가는 상황을 경험한 일본이 추가 제재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당장은 대화보다는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 스스로 먼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안보리 멤버인 미국과 일본은 매번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안보리 결의에서 빠졌던 대북 원유 수출금지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의 29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계를 훼손한 행위"라며 과거보다 비판 수위를 높여 대북제재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제재가 결의되면 한반도의 긴장수위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안보리 제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재가 있을 때마다 도발로 응수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협상 국면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29일 '화성-12형' 발사 현장에서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차후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밝힌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보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더욱 과감하고 적극적인 대화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요구로 보인다"면서 "북한도 도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대북 특사 파견 등의 행동을 취해 북한 문제 '출구의 입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